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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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도착한 즉시 추적기를 꺼내들고 온 동네 건물들을 샅샅이 수색했다. 일반 가옥부터 수상한 공장, 누가 봐도 갱들의 근거지인 곳까지. 지원은 몇 시간 동안 동인천을 이 잡듯 뒤졌다. 가끔 수화에게 연락해 상황을 물어봤지만, 그 역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시간은 더 흘러 구름이 끼고 점점 어두워질 무렵, 지원은 다시 수화에게 연락했다.


“수화 씨, 오늘은 철수하고 내일 다시 찾자. 하루 종일 찾았는데, 아직 예상 위치가 20%는 남았어. 게다가 그 남은 20%는 주택지역이야. 그곳을 우리 둘이 뒤져도 하루 종일 걸릴 거라고. 철수해서 푹 쉬고 내일 다시 찾자.”


“아니, 그럴 수는 없어. 내 조카야! 나는 그 애 삼촌이고. 뭔가 느낌이 들어… 지금 찾지 못하면 다신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찾기에는… 찾기에는…”


지원은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낡은 폐공장, 최소한 3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폐쇄된 것 같은 낡은 공장이었다. 바로 뒤에 주택단지를 끼고 있는 공장은 한때 차량들이 드나들던 자리에 야쿠자들이 껄렁거리며 담배인지 합성마약인지 모를 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원의 손에 들린 추적기는 이 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씨발… 찾았어! 여기야! 바로 위치 보내줄 게!”


수화 역시 굉장히 놀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 갈게! 20분만 기다려!”


“아니, 바로 돌입한다. 지금 당장 이리로 와. 총은 있지?”


“당장 갈 게!”


통화가 끊기자, 지원은 홀스터에서 총을 꺼냈다.


“느낌이 와… 이 건물 안에 구린내나는 뭔가 있다는 게.”


지원이 공장 부지 안으로 들어오자, 야쿠자들이 곧바로 총을 든 채 다가왔다. 그 순간, 지원의 쌍권총이 번뜩이더니 야쿠자들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순식간에 부지 전체의 야쿠자들이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傭兵だ!戦闘準備!(용병이다! 전투 준비!)”


“一介の傭兵がここはどうやって知ったの?(일개 용병이 여긴 어떻게 알았지?)”


“俺たちじゃない?撃て!(난들 아냐? 쏴!)”


야쿠자들이 소총을 들고 응사하자, 지원은 빠르게 세워져 있던 1톤 트럭 뒤로 숨더니 놈들의 몸이 엄폐물 뒤로 나오는 것을 놓치지 않고 쏴 맞췄다. 단숨에 야쿠자 몇 명이 쓰러지자 지원은 그대로 엄폐물에서 나와 공장의 철문을 강제로 열어 젖혔다. 낡고 녹슨 철문을 붙들고 있던 녹슨 경첩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통째로 벽에서 떨어지며 지원의 2배는 되는 커다란 문이 그대로 쓰러졌다. 

동시에 내부의 야쿠자들이 총과 일본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총알은 지원의 코트에 가로막혔고, 칼은 다가오기도 전에 지원의 총에 쓰러졌다.


“ちくしょう、あの女一人に勝てないのか!(망할, 저 여자 하나 못 이기는 거냐!)”


지원은 양복을 입은 야쿠자의 배에 총을 빠르게 2번 쐈다. 총알이 양복을 뚫지 못하자, 3번째 총탄은 놈의 미간을 꿰뚫었다. 그 뒤로 칼을 든 야쿠자는 왼쪽 눈에 총을 맞은 채 절명했고, 지근거리에서 권총을 겨눈 야쿠자는 총알이 지원의 코트에 가로막혔다.


“이 코트… 야쿠자들은 못 가지는 건가?”


곧바로 지원의 주먹이 그 야쿠자의 턱을 쪼개버렸다. 놈이 그 반동에 뒷걸음질치다 낡은 절삭기계에 엎어지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지원에게 덤비는 놈은 없었다. 아니, 그 주변에 살아 있는 야쿠자가 없었다. 지원은 여유롭게 권총을 재장전했다.


“이걸로 끝이 아닐 건데… 분명 더 있어. 입구 같은 곳이 분명!”


지원은 근처에 세워져 있던 크레인을 바라보았다. 크레인의 갈고리는 이 공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컨테이너를 지상에 내려놓고 있었다. 지원은 곧바로 크레인을 조종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에 멀쩡히 작동되는 크레인이 왜 있을까…?”


지원은 크레인 조종장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레버를 올렸다. 쇳소리와 함께 크레인이 와이어를 감으며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


“이 안에 애가 있겠지. 수화랑 같이 들어갈까? 아니면 내가 지금 당장?”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지원은 이미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철문을 당기자, 문은 금속 특유의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둡고 음침한 복도가 문 너머에 쭉 펼쳐져 있자 지원은 총을 들고 벽에 등을 기댄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10여 걸음도 채 가지 못해 모퉁이가 나타나자, 지원은 곧바로 모퉁이 너머를 확인했다. 야쿠자 하나가 지원에게서 등을 돌린 채 총을 만지고 있었다.


“조직의 주요 자원이라면서 지키는 경비원한테 이런 고물딱지를 주면 어쩌라는 거야?”


그 순간, 지원은 번개처럼 달려들어 놈의 목을 졸랐다. 놈은 잠시 버둥거리다가 이내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절명했다. 지원은 놈이 들고 있던 구식 소총을 들었다.


“우와… 이런 게 아직 굴러다녔어? 박물관에서나 보던 건데.”


지원은 구식 소총을 어깨에 매고 다시 복도를 따라 걸었다. 10여 걸음만 걸으면 곧바로 모퉁이가 나오고 벽의 문은 하나같이 다른 복도와 연결된 미로를 걷던 지원은 방을 발견했다.


‘여긴가?’


지원은 벽에 붙어 문을 열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지원은 그곳이 경비병들이 대기하는 곳임을 알고 말았다. 경비병들은 지원의 머리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 총을 들었다.


“침입자다!”


“전투 준비! 해커 대기해!”


“이런 씨발.”


지원은 곧바로 문에서 떨어져 총을 겨눴다. 그런데, 그 누구도 문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원이 의문을 표한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경비병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총을 쏘는 것 보다 빠르게 지원은 코트로 급소를 가리고 총을 갈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문에서 경비병들이 나왔고, 지원은 양쪽에서 협공당하는 위기에 처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저 입구로 전부 나와야 하잖아!’


지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벽에 있던 그 모든 문이 전부! 저기와 연결되어 있었다고?’


지원의 몸에 전해지는 충격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건 위험해…! 왔던 곳으로 후퇴해야겠어!’


지원은 코드 깃을 세우더니 등에 맨 소총을 들며 동시에 왔던 쪽으로 몸을 돌려 마구 갈겼다. 권총 외의 사격에는 전혀 능력이 없는 지원이었으나, 이렇게 좁은 곳에 잔뜩 몰려 있는 상황에선 대충 겨누기만 해도 맞출 수 있었다. 40발들이 탄창을 전부 비운 지원은 그대로 복도를 내달렸다. 운 좋게 다른 경비병들에게 가려 총에 맞지 않은 경비병 하나가 총을 겨눴다.


“죽어라!”


“비켜!”


지원은 개머리판을 휘둘러 놈을 단숨에 때려 눕혔다. 그러나, 왔던 입구를 향해 복도를 달리는 와중에도 벽에 있는 문을 통해 경비병들은 끝없이 나타나 지원을 괴롭혔다.


‘씨발, 대체 경비병이 몇 명이나 있는 거야?! 총알도 슬슬 부족한데…!’


또다시 입구 쪽에서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들던 그 때, 금속음과 함께 둔탁한 무언가 그들에게 떨어지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해 신체 파편을 사방으로 날렸다. 다른 경비병들이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 쪽을 바라보는 순간, 수화가 나타나 기관단총을 겨누더니 미처 대비하지 못한 경비병들을 쓸어버렸다.


“오, 나이스 타이밍!”


“먼저 들어가서 싸울 줄은 몰랐다고!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서로 등을 맞대고 총을 겨눴다.


“그래, 지하 전체가 미로야. 이 미로 같은 복도를 통해 사방의 문에서 경비병들이 모여들고 있어. 분명, 이 너머에 뭔가 있어. 도와줄 거지?”


“당연하지!”


둘은 양 방향의 적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지원의 사격 능력과 수화의 기관단총의 특성이 2대 대수의 싸움을 유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거 UMP9지? 총알 남는 거 있어?”


수화는 탄알 상자를 건넸다.


“이거 써!”


지원은 정확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탄창에 총알을 끼워넣었다. 두 사람의 협공으로 슬슬 달려드는 적이 줄어들자, 지원이 먼저 안쪽으로 향했다.


“내가 안쪽으로 갈 게. 혹시나 지원군이 안 오게 망 좀 봐줘!”


“응. 저 너머에 혁이가 있는 건 맞지?”


“아마도. 존 윅이 적을 쓰러뜨릴 확률만큼 높지.”


“그럼 100%네. 가서 혁이를 구해줘.”


지원은 복도를 달렸다. 자신을 막아서는 적은 손에 꼽힐 만큼 적었고, 이 복잡한 복도들을 정확히 갈 수 있게 경비병들이 대기하는 곳에 지도도 있었다. 지원은 계속해서 모퉁이를 꺾어가며 복도를 달렸다. 가끔 해커들이 기습을 시도했지만, 이미 지원의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레나에게 번번히 역공을 당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 지점까지 모퉁이 하나만 남기게 되었다. 지원은 잠시 벽에 기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레나, 이제 쉬어도 돼. 내가 알아서 할 게.”


통신이 꺼지자, 지원은 총을 확인했다. 양 쪽에 다 합쳐서 8발 남아 있었다.


“아슬아슬했네. 그럼… 혁이를 구해볼 까?”


지원은 모퉁이를 돌았다. 그 너머는 마치 방송국의 스튜디오 같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방송국 스튜디오와 달리 그린스크린 앞에 가정집에서나 쓰이는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촬영용 카메라에는 방송국 마크가 없었다. 지원은 단숨에 이곳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애는 어딨지?! 분명 여기 있어!”


지원은 어느 방으로 통하는 두꺼운 철문을 반강제로 열어 젖혔다. 그리고, 지원은 얼어붙고 말았다. 곰팡내를 비롯해 차마 말로 담기도 힘든 역겨운 냄새가 풀풀 풍기는 어두운 방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원은 수화에게 연락했다.


“수화 씨, 적은 처리했어?”


“응. 혁이는? 찾았어?!”


“찾긴 했어… 근데… 당장 삼성병원 불러. 아니, 일단 기업 병원 당장 불러! 비행정까지 전부!!”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그런 놈들은 우리 요청 따윈…”


“잔말 말고 빨리! 경찰 부르면 오는 거잖아!”


“아, 알았어!”


지원의 숨이 분노와 흥분으로 거칠어졌다. 지원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을 집어넣은 다음 가까이 있던 소녀에게 다가갔다.


“괜찮니?”


소녀는, 폭력의 흔적이 있는 헐벗은 소녀는 퉁퉁 부은 눈을 떠 지원을 바라보았다.


“언니는… 누구세요…?”


지원은 다시 방을 바라보더니 표정을 구겼다.


“이런 씨발… 씨발… X미 뒤진 새끼들이… 아이들을!!”


비단 그 소녀뿐만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 수십 명이 헐벗은 채 간이 침대에 구속되어 있었다. 오래지 않아 수화가 다가왔다.


“혁이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들어오지 마!”


지원이 어찌나 격하게 반응했는지, 수화는 금방 멈추고 방 밖에서 기다렸다. 지원은 방 구석에서 잠든 소년을 어루만졌다. 수화와 묘하게 닮은 소년은 온 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


“살아 있어. 경찰이랑 병원은?”


“곧 올 거야. 이런 끔찍한 현장이라니…”


몇 분 뒤, 삼성병원 소속 비행정들이 줄지어 아이들을 태우고 날아갔다. 마지막 비행정에 오르던 응급구조사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미친 놈들…”


“이 짓거리를 5년째 했는데, 이런 건 처음 봐.”


“아까 들었는데 박부장이 상부랑 통화하더라. 이번 건은 돈 적게 받자고.”


“허이고, 없던 돈도 뜯어내는 사이코가? 내일은 해가 북쪽에서 뜨겠구만.”


“그 꼴을 보면 조커도 경악할 걸? 가자, 이륙 허가 떴어.”


비행정이 떠나자, 수화는 건물 뒤편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지원에게 다가가 그 옆에 기댔다.


“정말… 고마워. 혁이도, 납치된 아이들도 모두 구조됐어. 이 건물은… 맞아, 야쿠자 새끼들이 아동 포르노를 찍던 곳이야. 아이들은 납치하거나, 연고 없는 고아들을 끌고 온 거고.”


지원은 잠시 담배를 태우다가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좋지 않아. 나도 경찰로 있으면서 이런저런 더러운 꼴을 많이 봤거든? 그렇지만 이런 끔찍한 건 처음이야. 살인마가 아이를 토막내 걸어놓은 것을 봤을 때도, 갱이 내 눈 앞에서 어린 학생을 쏴 죽였을 때도, 이 정도로 끔찍하진 않았어. 관련인을 전부 처벌받도록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겠지.”


“하지만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은데? 이런 대규모 사건은 특히나.”


“너 언론이랑 기업을 얕잡아 보는 구나? 아마 내일 즈음이면 이런 기사가 내용까지 똑같이 나올 거야. ‘대규모 아동 포르노 제작 시설 적발. 경찰 수사 중.’ 오로지 야쿠자 이야기만 나오겠지. 그리고 한 3, 4일쯤 지나면 약속이나 한 듯 사라질 거야. 항상 그래 왔으니까.”


“어째서?”


“핑크 베놈에서 봤잖아. 정치인도, 기업인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런 치부를 드러낼 리가 없지, 안 그래? 그렇게 잊힌 뒤 체포된 야쿠자들은 갑자기 ‘실종’되거나 ‘자살’당할 거야. 그게 이곳의 순리고.”


“그건 말도 안 돼. 어째서 경찰은 침묵하는 건데?! 우리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라고!”


“너, 담배 펴?”


“가끔 피긴 한데… 그게 아니라! 경찰로서 이런 행위는 용납할 수가…”


지원은 자기가 피우던 담배를 그대로 수화에게 물렸다.


“너는 너무 정의로워. 이런 곳에서 쓸데없이 정의감을 드러내면… 오래 못 살아. 네가 진짜 그 체제를 바꾸고 싶다면… 배지 버리고 나를 따라오던가, 아니면 뜻을 숨기고 위로 올라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꿔.”


수화는 얼 빠진 얼굴로 지원을 바라보다가 이내 담배를 뱉으며 캑캑거렸다.


“어우… 뭔 담배가 이리 독해?”


“말보로 레드. 슬슬 방송국 애들 오는 걸 보니 가야겠다. 혹시나 진짜 내 길을 걸으려면 이야기해. 받아 줄 테니까.”


수화가 말했다.


“나중에! 나중에 혁이가 퇴원하면… 또 연락할 게.”


“그래, 그때 한번 보자.”


지원은 거기서 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준용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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