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엔 모든 것이 있었다.

차디 찬 투명 족쇄 녹이고

마침내 날아오르는

작은 새 한 마리


올해에는 죽었나 싶었던

반 천 년 이곳의 역사

짙고 흉악한 흉터

수십 개 머금은 은행나무


녹아 없어질 듯한 

고사리 손도 결국

진달래꽃 만개했는데,


나는 산에 있다.

그것들은 산에 있다

그것들은 산에 있다.


나도 산에 있다.

그러나 나는 산에 없다


한 줄기 빛으로

기적 만들었던 태양 아래서도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거울과도 같은 강물에도

기나긴 어둠속 별들과 함께

황홀하며 찬란한 달빛 아래도


나는 없다


다시


햇빛이 바랜 곳으로

달이 지는 곳으로

물이 흐르는 곳으로


산엔 아무것도 없다

산엔 아무것도 없었다



산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