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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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LAD에 온 지원은 곧바로 조 씨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던 조 씨 혼자 지원을 반겼다.


“미세스 리, 어제 활약은 잘 봤어. 온 언론이 난리였다고.”


“그 정도였어?”


“그 정도? 뉴스 안 봤구나?”


조 씨가 TV를 키자, 곧바로 뉴스가 떴다. 앵커는 전날 지원과 수화가 습격한 낡은 공장 사진을 띄워 놓은 채 말하고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아동 성매매 사건의 주범은 인천광역시를 거점으로 사용하는 갱단 야마구치구미로, 전후 일본에서 넘어온 갱스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갱단은 이미 서울 지역의 경찰과도 산발적인 충돌이 있었다고 경찰청은 밝혔습니다. 박희수 치안총감은 ‘이번 아동 성매매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야마구치구미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야마구치구미는 2040년 폐쇄된 공장을 거점으로 삼고 불법 아동 포르노를 촬영해 BDV로 가공, 암시장 등지에서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원은 담배를 물었다.


“내 예상에서 한 치도 안 벗어나는 뉴스네.”


“언론이 기업 소유인데 뭘 더 바라겠어?”


“아, 조 씨. 파트마 씨 말이야, 어디 있는지 말아?”


“파트마? 갑자기 왜?”


“어젯밤에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수원에서 이준형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을 분명 내가 목격했단 말이지. 그런데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단순 건망증 같은 게 아니라… 기억이 파편화 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야.”


조 씨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그런 경우는 BDV로 추출하는 게 편하긴 해. 그런데 파트마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


“모른다니, LAD 소속 아니야?”


조 씨는 뜬금없이 땀을 흘렸다.


“그게… 자유로운 영혼이거든! 훅 떠나버렸다가 어느새 돌아오는 사람이라 금방 또 돌아올 거야. 파트마는.”


그때, 조 씨 뒤편 문이 열리더니 산발을 한 파트마가 잠이 덜 깬 얼굴로 나타났다.


“나 불렀어…?”


지원은 파트마가 커다란(아마도 조 씨의 것인) 와이셔츠 한 장만 입고 있는 것을 보더니 시선을 조 씨에게 돌렸다. 조 씨가 시선을 피하자, 지원은 고개를 저었다.


“무책임한 가장이로구만.”


조 씨는 이마를 잠깐 짚었다가 입을 열었다.


“파트마, 미세스 리의 기억을 BDV로 추출해줬으면 해.”


“갑자기? 하는 거야 금방이긴 한데, 어째서?”


“말하자면 길어. 해줄거지?”


“잠시만 저기 앉아 있어. 정리 좀 하고 올 게.”


지원이 파트마가 말한 대로 치과 의자처럼 생긴 의자에 앉자, 파트마는 방 밖으로 나가더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전에 보았던 커다란 기계 장치로 팔을 바꿔서 나타났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의자 옆의 컴퓨터를 만져 의자에 달린 기계 장치들을 다뤘다.


“편하게 누워 있어. BDV를 추출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안정’이니까. 안정되지 못한 상태에서 BDV 추출은 고문이거든.”


지원이 편하게 눕자, 의자에서 기계 파이프가 나와 각각 지원의 팔목과 머리에 감겼다.


“뇌파랑 맥박 측정이니까 걱정하지 마. 통신 채널 열어 놓을 테니 계속 이야기하면서 추출해보자고.”


곧이어 기계 팔이 지원의 눈에 보안경 같은 것을 씌웠다.


“추출용 BDV 플레이어야. 처음 보나?”


“그래.”


“이제 알게 될거야. 시작한다, 눈이 부셔도 감지 말고!”


이윽고 플레이어 전체가 밝은 빛으로 번쩍이더니, 이내 지원의 시야에 칠흑 같은 어둠만 가득했다. 지원은 순간 눈을 감아버린 건가 생각하다가 파트마의 목소리에 아님을 알아차렸다.


“잘 됐네, 눈 앞에 지원 씨의 ‘기억 선’을 띄워줄 거야. 당연히,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시간순이지.”


곧바로 지원의 눈 앞에 빛나는 선이 길게 늘어졌다. 눈대중으로 재어봐도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긴 선은 군데군데 깨진 유리처럼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왼쪽으로 갈수록 파편이 점점 늘어나 왼쪽 끝부분은 희미해서 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건…”


“지원 씨의 기억이지. 왼쪽으로 갈수록 과거, 오른쪽 끝이 방금 전. 희미한 곳은 아예 지원 씨가 망각한 기억이고, 파편화된 곳은 지원 씨의 뇌가 스스로 기억을 망가뜨린 곳이야.”


“뇌가 스스로 망가뜨려?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거나, 트라우마로 남았거나. 이런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기억을 뽑아보면 이런 게 몇 개씩 나오지. 제일 최근 파편이… 11월 1일. 딱 그날이네. 복원한다?”


“그래.”


선이 엄청나게 확대되더니 첫번째 파편 부분에서 밝은 빛이 일었다. 곧바로, 지원의 시야는 그날 호텔 신라가 되었다. 폭발로 인한 연기가 자욱한, 아수라장이 된 메인 홀에서 콘크리트 더미를 해치던 지원의 시야에 멀리 고려그룹 사병들의 복장을 한 군인들이 이지호 회장을 끌어냈다.


“여긴 광명성 하나, ‘크로노스’를 확보했다.”


곧바로 무대 뒤편에서 똑 같은 갑옷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즉시 모든 군인들이 그에게 길을 비키며 고개를 숙이고, 이내 그자가 이지호 회장의 앞에 서더니, 얼굴을 가린 헬멧을 벗었다. 회장의 아들, 이준형이 싸늘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자, 이지호 회장 역시도 경악에 빠진 얼굴이었다.


“총 내놔.”


“아들아… 정녕 네가…”


몇 차례 총성이 울려 퍼치더니 이지호 회장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영상이 정지되고, 파트마가 말했다.


“이거… 성환 씨한테 듣긴 했지만 직접 보니까 또 충격적이네.”


“이러면 끝난거야?”


“아니, 전체적으로 BDV를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해. 소리, 온도, 감각. 이 세 가지를 얼추 알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거지. 사실 방금 영상에서 모순을 찾았거든. 소리 부분을 중점에 뒀어. 다시 들어 봐.”


준형은 군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총 내놔.”


“아들아… 정녕 네가…”


몇 차례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파트마가 말했다.


“모순을 찾았어?”


“전혀 모르겠는데.”


“저기, 이준형이 든 총을 봐. 총성도 들어보고. 모르겠어?”


“미안한데, 난 권총 말고는 몰라.”


파트마는 잠시 말이 없더니 키보드를 두드려 화면을 확대한 다음 인터넷에서 그 총을 찾아 띄워줬다.


“러시아제 경기관총 RPK-16이야. 나온지 반세기는 된 녀석이지.”


“이게 왜? 모순이라고 할 것도 없는데?”


“난 예전에 고려그룹 소속이었거든? 그래서 이 인간들 성향은 잘 알지. 검증만 되면 신식 무기로 바로 갈아타는 놈들이야. 그만큼 새 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새끼들이라고. 그런 기업의 사병들이, 나온지 반세기는 된 RPK-16을 쓴다고? 그건 모순이지.”


“그렇게 들으니까 확실히… 의심이 강하게 들어. 마치 고려그룹이 배후에 있었다고 믿게 만드는 기분이야.”


“이 기억은 확실히 복원해서 BDV화 했어. 더 옛날 기억들도 복원해 줄까?”


“그래주면 고맙지.”


파드마는 기억의 선에서 두 번째 파편을 건드렸다.


“올해 4월이야. 뭐 기억나는 거 있어.”


“…남편이… 남편이 그날 인민사회당 놈들한테 저격당했어. 아직도 의식불명이지.”


“이런… 괜찮겠어?”


“그래, 봐보자.”


또 밝은 빛이 일더니 황폐한 트레일러 타운과 명훈이 보였다. 지원의 시선을 따라 걷는 가운데, 명훈은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무언가 고민했다.


“맞는 말이야. 어차피 놈들이 이곳에서 벗어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일단 돌아가자.”


명훈이 발걸음을 돌리자 지원도 따라 발걸음을 차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그래…”


그 순간, 한 발의 총성이 트레일러 타운 전체를 울렸다. 주변의 주민들이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달아나는 와중에 한 사람만이 그 자리에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주저앉아 주변을 경계하던 지원은 광학미채 위로 액체가 떨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액체… 그 붉은 액체의 정체를 지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액체의 진원지 역시 그녀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자기야…? 야, 최명훈!”


명훈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와 살점이 사이버웨어 파편과 함께 흘러내려오자 명훈의 몸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지원은 아슬아슬하게 그를 붙잡은 다음 품 속에 넣어 둔 연막탄을 집어 던졌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자 지원은 빠르게 관자놀이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응급환자야, 3등급 손님이고. 이리로 올 수 없어?”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는 트레일러 타운엔 구급차를 운행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 EF(긴급 비행형, Emergency Flight) 구급차를 대기시켜 놓겠습니다. 좌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제기랄!”


지원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차 몰고 이리로 와, 최대한 빨리!”


그 순간, 지원은 연막탄 주변으로 마치 군화를 신은 것 같은 묵직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지원은 재빨리 명훈을 붙들고 있지 않은 손에 총을 들고 두 눈을 부라렸다. 아직까지 눈에 장착된 사이버웨어가 연막 너머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한 발의 총탄이 그녀의 머리 바로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바깥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쏘지 마! 반대편에 동지가 맞을 수도 있어!”


파트마가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그 녀석이었구나… 어쩐지 안 보이더니 저런 일이 있을 줄이야.”


“남편을 알아?”


“알고 말고. 얼굴도 그렇고 말하는 투도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이야기만 하면 하루 종일 아내 이야기만 해서 어떤 여자인지 꼭 보고 싶었거든. 그 아내가 지원 씨일 줄은 몰랐지.”


파트마는 최대한 명훈이 총에 맞는 장면을 피하며 총 소리를 강조했다.


“총 소리 들려? S-11 저격소총이야. 삼성정밀 물건이지. 재작년에 나온 물건을 일개 반란군 잔당이 가지고 있었다는 건…”


“삼성이 배후에 있었다는 것. 안 그래도 남편을 쏜 씨발 새끼가 그렇게 실토했어.”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트라우마 극복이 빠른 걸? 복구가 순식간이 됐어. 더 옛날로 넘어가보자.”


다음 기억은 프로포즈를 받은 날이었고, 그 다음 기억은 광인에게 습격을 받은, 지원이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한 날이었다. 모두 빠르게 복구한 파트마는 그 다음 기억을 복구하려다 의문을 표했다.


“뭔가… 이번 기억은 뭔가 이상한 걸? 범위도 넓고, 부서진 파편도 기묘해.”


조 씨가 물었다.


“기묘하다는 게 무슨 소리야?”


“파편이 일정하지 않고 기괴한 모양으로 산산조각 나 있어. 마치 사기 그릇을 깨뜨린 것처럼. 기간도 굉장히 길어. 대충… 15년 전부터 시작해서 13년 전까지, 약 2년이나 되는 기간이 파편화되어 있는 건 보통 트라우마가 아니라는 거야. 지원 씨, 실례지만 이걸… 건드려도 될까?”


“나도 모르겠어. 부분적으로는 기억이 나고… 조 씨한테도 말했었는데 말 하면서도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기분이였거든.”


“일단 해볼 게.”


파편을 건드리자, 다시 빛이 일더니 갑자기 지원은 온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미세스 리, 왜 그래?!”


“맥박이랑 뇌파가 갑자기 왜 이러지? 기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어. 그런데 기억이…! 제기랄! 취소! 취소!!”


다시 기억 선으로 돌아오자, 더더욱 파편화 되려던 기억들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지원 역시 안정적으로 누워 있었다. 조 씨가 물었다.


“미세스 리, 괜찮아?”


파트마가 대신 답했다.


“정신을 잃었어. 이거… 보통 트라우마 정도가 아니야. 일단 연결을 끊고, 좀 쉬게 하자.”


파트마의 기계 팔이 지원이 달고 있던 장치들을 제거했다. 지원은 눈을 감고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파트마가 말했다.


“미안한데, 당신은 지원 씨의 저 ‘기억’을 대충 들었다고 했지? 대체 어떤 기억이었어?”


“…힘들 때 도와준 선배가 사실 조폭이었고, 조폭들한테 집단 강간을 당해 그 아이까지 임신했는데, 너무 두려운 나머지 낙태를 해버렸다는 이야기였어. 그 여파로 한동안 창녀처럼 살다가 미스터 최가 구원해주었다고 말했지.”


파트마는 복잡한 표정으로 지원을 바라보더니 다시 컴퓨터를 두드렸다.


“그럼 저 기억을 건드렸을 때 지원 씨가 그렇게 반응한 이유도 알겠네. 다시 보니까 지원 씨는… 좀 많이 심각해.”


“무슨 소리야?”


“아무리 인생에 트라우마가 많은 인간이라도 기억이 이런 식으로 파편화가 되진 않아. 지원 씨랑 가장 비슷한 기억 선을 보이는 건… 내가 알기로는 ‘광인’ 밖에 없어.”


그 말에 조 씨는 들고 있던 과자 봉지를 떨어뜨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


“뭐? 그럼 미세스 리가…”


“나도 의사는 아니니까 조심스럽기는 한데,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 지원 씨는 지금도 시시각각 광인이 되어가고 있어. 저렇게 망가진 정신에 사이버웨어를 꽉꽉 때려 박고도 저 정도인 건 순전히 지원 씨가 태생적이든 주변 환경이든 광인화 현상에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이지만, 여기서 더 정신적인 충격을 받거나 사이버웨어를 박아대면 그땐… 장담할 수 없어.”


조 씨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리에 앉았다.


“일단 미세스 리한테는 말하지 말자. 말한다고 멈출 것 같지도 않지만, 말해서 좋을 건 또 없을 테니까.”


파트마도 공감한다는 듯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커피나 타 줘. 간만에 머리 굴리니까 당신이 탄 커피가 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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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림 사이트를 바꿀 생각인데 25달러 짜리라 고민 중이라 걍 아무 그림이나 넣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