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山夜)의 청옥(靑玉).


참새들은 어디로 가었소

검은 때 묻은 모시옷 입구서

아이 들처업구 떠난 논밭에

이젠 논밭도 없구, 허수아비도 재미 없소


밤은 지났소

밤은 지났구 해가 떠도 어제가 없소.

산은 아이들의 출가를 서운해하며 잎 떨구고,


...참새의 소식은 알 길이 없소.

새 먹이가 있는지. 새 터전이 있는지. 새 농촌이나 인자한 새아비나 세태나 정이며 있을런지...


이제는 이름 없을 산마을 없어질 논밭에 쇠두 없구 곡식두 없구 참새두 없구 한(恨)조차 없구

오직 이제 곧 없을 재미 없는 허수아비.


...해는 다시 지고, 청옥은 떠오르나,

지금 와서는 볼 이도 없고

그저 늦은 안갯길에 오른 

등굽은 조그만 것들의

막막한 등을 비추는


적막허게 퍼어런 산야의 그러한 청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