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원인은 사람이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를 완전히 파악한 감정에게 체크메이트 당했습니다.

그때 분노는 얼마나 화끈한 녀석이였는지, 온몸을 불태울 기세였습니다.

내 열기는 방 문의 구멍을 더 깊게 만들고서야 화를 식히기 위해 요란하게 그곳을 나왔습니다.


지금껏 없던 그 분노는 거진 영하되는 바람에도 결코 식지 않더군요.

마지막까지도 분노를 식힌건 바람이 아니였습니다.


아무 움직임도 없는, 아름답기보단 차가운 도시는 나를 충분히 냉철하게 만듭니다.

이럴 때가 아닙니다. 내일 당장 중요한 일정들이 나란히 있습니다!


그제야 차디찬 바람이 느껴집니다.


냉철하게 나를 평가합니다.


불과 몇 분 전만해도 진지하게 그의 턱을 가격하려는 마음을 가까스로 회피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 그렇게 심한 말은 아니였습니다. 오랜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마지막 말은 그저 트리거 위에 떨어진 돌조각 정도입니다.

감정적이였습니다.


나를 평가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감정에 패했을까.

나는 확실히 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나를 제어못하니, 그의 약간의 협조를 원하지만, 그는 항상 이럴때만 내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얄밉게도.


그럴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깍여갑니다.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한번도 협조해주지 않는 그가 너무나 밉습니다.

아차싶습니다 또 모르는새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냉철해집니다. 나는 지금 준비가 되었는가.

오늘 찬바람 맞으며 도시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러했습니다.

아 내가 없어져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그 다음엔 왜인지 아버지 회사에서 있었던 뺑소니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아는 회사사람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쳤고, 보행자는 죽었다. 운전자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했습니다.

세상은 옆집 이웃의 죽음보다 연예인들끼리의 연애를 궁금해하니깐.


왜 그 사건이 내게 생각난 이유를 뒤늦게 깨달은거 같습니다.

지금 나는 무의식중에 '살인'을 생각 중인것으로 추정됩니다.


난 그리고 기도합니다.

오늘이 내 인생 최악의 날이 아니길. 더 이상의 시련을 주시지 말길. 혹여 있다면 그 시련을 버틸 수 있기를.

나도 나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담못합니다. 기도할 뿐입니다.


기도해주세요 오늘이 살인자 이전의 마지막 날이 아니기를



*

탁.. 탁.. 탁.

집 안에서 무엄하게 구두소리가 들려온다.

"이쪽인거 같습니다."


문이 오래된 경첩탓인지, 문뒤에 뭐가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주먹모양대로 구멍난 방문. 싸구려 퍼티로 매꾸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매꾸려한 퍼티에도 또 주먹크기로 구멍이 있었다.


싸움이 일어났던건가?

열리지 않는 문의 구멍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 구멍 넘어엔 어떤 글을 썼던걸로 보이는 노트북이 보였다.


그리고


노트북의 화면은 깨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