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나의 이데아와 멀어져간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안을 짠 몰트케도

어버버거리다 고배를 삼킬

그런 전쟁에서 진 한 서생의 이데아가

다시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계속 심연 속으로 가라앉다

나의 등에 차가운 칼날이

나의 육신을 찢으면 어떡하나 걱정된다

사실 나는 이런 칼날이

하늘에도 달려있고

심연 속에도 달려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처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하늘의 칼날은

내 근육과 장기를 찢어서

안쪽을 피로 물들게 하는 만큼

달달한 사탕을 입에 넣을 수 있다는 

사금같은 희망이 있다면

심연 속에 있는 칼날은 그저

나를 아프게 하고

사금을 입에 넣어주지 않는다

근데 하늘에 달린 칼날이나

심연에 달린 칼날이나

어떻게 나에게는 그저 아프기만 할까

나한테는 사금은커녕

모래 한 알이라도 주기 아까운 걸까

나도 달달한 맛을 느끼고 싶다

나의 이데아 속에서 뛰어다니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위아래로

칼날에 찔려

육신이 엉망진창이 된다면

차라리 내 스스로

엉망진창으로 만든다음

번데기로서 죽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