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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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되면 서머 시즌이 시작된다. 모리오시는 매년 7월 1일 바다와 강을 일반 개장하는데, 도시의 관광 수입 중 약 60%가 이날로부터 두 달 동안 집중된다. 주로 수도권이나 인근 센다이시에서 몰려들어 인구도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별장 피서, 골프, 캠프, 낚시, 요트, 윈드 서핑, 바다의 진미와 풍부한 농작물로 만든 저녁… 이 시기면 모리오시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물론, 우리는 모리오시에서 휴가를 보내진 않을 것이지만.


7월 17일 아침, 죠스케의 집 앞. 시즈카와 유키카게, 재하까지 도착해 죠스케의 차에 짐을 싣는 것을 돕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경적 소리가 울리더니, 코이치가 운전석에서 말을 걸었다.


“죠스케, 준비 다 됐어?”


“그럼. 차에 자리 남지? 짐 좀 거기다 싣자.”


곧바로 뒷문이 열리더니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가 혀를 내밀며 무네타카에게 달려들었다. 무네타카는 개의 격한 환영 인사를 받으면서도 기뻐했다.


“아에이오우! 오랜만이야!!”


시즈카는 잘못 들었냐는 듯 반응했다.


“아에이오우? 그게 개 이름이야?”


“응! 아메 누나가 지었어. 어디서 들었다고 말이야.”


곧바로 차 안에서 한 소녀가 내렸다.


“아에이오우, 무네 군을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지만 막 튀어나가면 안 돼.”


시즈카는 소녀를 처음 봤지만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지 단숨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소녀는 검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며 오뚝한 코까지 전체적으로 어머니를 똑 닮았다. 하지만 키와 눈만큼은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그 개, 아에이오우는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조수석에 탄 유카코와 운전석의 코이치도 차에서 내려 시즈카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야, 시즈카. 그땐 ‘악연’이었지?”


“아메를 만나는 건 처음이지? 지금 서로 알아 둬.”


곧바로 죠스케와 유키카게가 다가왔다.


“내 차에는 공간이 없으니까, 제일 덩치 큰 야나기 군이랑 유키가 코이치네 차에 타. 무네타카랑 아메, 그리고 시즈카가 내 차에 탈 거야.”


코이치가 말했다.


“이왕 모인 거 ‘숙소’ 이야기도 할게. 방은 ‘4개’고, 첫번째 방에 죠스케랑 아야나, 두번째 방에 나랑 유카코, 세번째 방에 유키카게랑 야나기 군, 무네타카, 마지막 네번째 방에 시즈카랑 아메가 잘거야.”


“Hmm~ 야나기 군이랑 무네타카는 밤에 조심해야겠네, 유키는 잠버릇이 고약하거든. 코도 골고.”


아야나가 소리쳤다.


“시즈카, 여기 와서 조금만 도와줄래?”


시즈카가 자리를 뜨자, 유키카게는 세 남자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유키? ‘어째서’ 시즈카가 네 잠버릇을 알고 있는지 설명해 볼래?”


“하하… 죄송합니다.”


아무튼, 자동차는 출발했다. 유키카게가 물었다.


“그런데 코이치 씨, 코이치 씨 차는 원래 ‘코롤라’ 아니었나요?”


“당연히 ‘렌트카’야. 그 차에 너희를 모두 태울 수는 없잖아.”


두 차는 달리고 달려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여름의 해수욕장은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오래지 않아 죠스케 일행 역시 그 관광객들 중 하나가 되었다. 무네타카와 한창 물장난을 하던 유키카게가 물었다.


“네가 수영을 못 하는거냐, 아니면 네 나라에선 수영을 안 가르치는 거냐?”


튜브 위에 떠서 햇살을 만끽하던 재하가 답했다.


“안 가르쳤고, 못 하는거지. 그보다 유키카게, 저기 시즈카는 수영을 안 하는거야 아니면 못 하는거야?”


둘은 모래 위에 쪼그려 앉아 말려드는 파도만 맞고 있던 시즈카에게 다가갔다.


“시즈카, 가만히 앉아서 뭐해?”


“유키… 그냥, 마음이 영 편치 않아서.”


유키카게는 시즈카 옆에 앉았다. 재하는 가만히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우리가 없는 동안… ‘빅 브라더’가 무슨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까 걱정돼.”


유키카게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즈카, 여기 도착한 다음 죠스케 씨가 한 말 기억 안 나?”


1시간 정도 전, 죠스케는 세 사람에게 일렀다.


“알겠지만, 우린 여기에 ‘휴식’을 취하러 왔어. 그러니, 여기선 ‘빅 브라더’라던가 그런 걱정은 접어 둬. 그리고 야나기 군, 너까지 데려온 것도 그 이유야. 고민하지 말고 푹 쉬라고.”


“그래, 그랬지.”


잠깐 침묵이 흘렀다.


“시즈카,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이긴 한데 '수영'은 할 줄 알아?”


“응? 아는데 왜?”


유키카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재하를 살짝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재하가 달려들고, 유키카게는 시즈카의 다리를, 재하는 시즈카의 양 팔을 붙잡았다.


“자, 잠깐!!”


“그러니까 여기까지 와서 축 처져 있지 말라고!”


둘은 시즈카를 앞뒤로 흔들더니 바다를 향해 집어 던졌다. 시즈카는 비명과 함께 몇 미터를 날아가 바다에 처박혔다. 그녀는 물 위로 나와 머리를 흔들더니 화를 냈다.


“뭐 하는 짓이야! 그리고 뭐가 웃긴건데?!”


두 남자는 웃음을 못 참겠다는 얼굴이었다. 유키카게가 웃음이 터질 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즈카, 화 내지 말고 들어 봐. 푸웁… 지금 있잖아, 머리카락이… 진짜 미… 미역 같아…”


결국 둘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했다. 사실 바닷물에 젖은 시즈카의 머리카락이 여간 미역과 닮은 것이 아니기도 했다. 안 그래도 짙은 초록색에 곱슬기가 있어 미역 같았던 머리카락이 바닷물에 푹 젖으니 그 상태로 머리에 달라붙어 정말 미역을 뒤집어쓴 꼴이었던 것이다. 물론 시즈카는 매우 분노했지만.


“내 머리카락이 뭐 어쨌다는 거야!!”


시즈카는 네버마인드까지 써서 바닷물을 둘에게 끼얹었다. 둘은 폭소를 멈추지도 않으며 똑같이 바닷물을 끼얹었다. 선글라스까지 쓰고 의자에 누워 그것을 바라보던 죠스케가 말했다.


“역시~ 저런 게 청춘이지.”


그 옆 의자에 누워 있던 코이치가 말했다.


“옛날 생각 나지 않아? 우리 대학생 때.”


죠스케는 선글라스를 올렸다.


“신입생 때? 나 참, 로한 선생님은 하루 종일 해변 배경으로 그림이나 그렸고, 나랑 아야나는 그런 로한 선생님 찾으러 돌아다닌다고 고생하고, 그러다가…”


죠스케는 생각하기 싫은 걸 떠올렸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너랑 유카코가 어째 안보인다 싶었지…”


코이치는 당황했는지 얼굴을 붉히다가 괜히 웃었다. 잠시 후, 유키카게는 축 쳐진 시즈카를 질질 끌고 두 사람 앞을 지나갔다.


“힘들어…”


“그러니까 미리미리 체력 좀 기르라고 했잖아! 죠스케 씨, 아야나 씨는요?”


“유카코랑 뭐 좀 사러 갔어.”


유키카게는 시즈카를 다른 의자에 눕혔다. 시즈카는 기다렸다는 듯 선글라스를 쓰고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재하 군은 지치지도 않나 봐. 애들이랑 놀아주고 있어.”


“수영도 못한다는 녀석이 저런 건 또 좋아하네.”


그리고, 죠스케의 시선은 아메가 입은 수영복으로 향했다.


“요즘 ‘스쿨미즈’는 우리 때랑 디자인이 바뀐 것 같다? 원래 여자애들 수영복이 저게 아니지 않나?”


“바뀐지 좀 됐어. 아메도 참~ 유카코가 골라준 수영복 보다 저게 더 좋다나?”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난단 말이야. 고등학생 땐 수영 시간이 그렇게 좋았는데 말이지. 2학년 때 기억 나? ‘메구미’ 말이야.”


“그 ‘육상부원’ 말이지? 키 큰 애.”


“키만 컸냐? 얼굴도 무슨 배우처럼 생겼었고 게다가 진짜 그… 그 엄청 큰…”


죠스케는 환상이라도 본 듯 입을 헤벌쭉 벌리더니 이내 더는 설명 못하겠다는 듯 진정했다.


“진짜 메구미가 격렬하게 수영하는 날이면 밤에 잠을 못 잤었지. 뭐 하고 지내려나?”


코이치는 적당히 웃기만 했다.


“그랬었구나… 난 기억이 잘 안 나서.”


“그야 그렇겠지. 넌 하루종일 유카코만 보고 있었으니까.”


코이치는 정말 깜짝 놀란 듯 의자에서 30cm는 펄쩍 뛰었다.


“지, 진짜?! 그렇게 티가… 티가 났다고?”


죠스케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너희는 기억 못하겠지. 아주 사귄다는 걸 광고하고 다녔는데 말이야. 아마 전교생이 다 알고 있었을 걸?”


15년 만에 그 사실을 알아버린 코이치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로 되물었다.


“그… 그럼…”


“반 애들이 착했지,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줬다고. 남자들끼리 얼마나 갈지 내기는 했었지만.”


죠스케는 하늘을 바라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메구미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아쉽네. 나한테 관심 있다고 유혹하던 걸 거절했었거든. 그때도 아야나한테 마음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한 번쯤 받아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혈기 넘치던 때여서 혹시 몰랐는데.”


코이치는 가만히 죠스케를 흘겨보았다.


“그 이야기 그대로 누나한테 전해줄까?”


“그것만큼은 참아주라. 화나면 무섭단 말이야 아야나는…”


잠시 후, 유카코가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러브 디럭스로 들고 나타났다.


“음료수 사왔어.”


유카코가 아이스박스를 내려놓자, 아야나는 안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 죠스케에게 건넸다.


“올케 덕분에 이런 건 편하단 말이야~”


시즈카는 음료수를 받아 들고 유키카게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키카게가 물었다.


“그런데 시즈카, 그 ‘비키니’는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시즈카는 미소를 지었다.


“왜? 마음에 들어?”


“그보다도… 네 ‘체형’에 맞는 비키니가 있었구나 싶었거든.”


“그러는 유키는 이런 ‘체형’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구나~”


유키는 무어라 하기 힘든 표정을 짓더니 음료수를 마셨다.


그날 밤, 시즈카는 숙소에 들어가며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배부르다~ 일본에 온 이후로 이렇게 푸짐하게 고기를 먹어본 건 처음이야.”


재하가 말했다.


“난 네가 그렇게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유키카게가 말했다.


“시즈카 생각보다 많이 먹어. 먹은 게 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이 방이야?”


“응, 죠스케 오빠가 여기라고 했어.”


시즈카가 방의 불을 켜자, 카라오케 기기가 모습을 보였다. 죠스케가 따로 마련한 일종의 작은 노래방이었다. 시즈카는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이게 카라오케구나~ 이런 건 처음이야!”


물론 카라오케 그 자체에 놀라움을 표하는 시즈카와 달리 다른 둘은 그것이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죠스케 씨도 노래 좋아하나 봐? 게다가 방도 ‘한국식’이야.”


“생각보다 노래하는 거 좋아하긴 하지. 그나저나 내가 시즈카랑 카라오케를 안 갔던가?”


시즈카는 이미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


“뭐 어때~ 일단 부르자!”


재하는 기계를 어떻게 조작하는 지 몰라서 허둥대는 시즈카를 보며 말했다.


“안 데려간 것 같아 보이네. 아님 기계치거나.”


“저렇게 허둥대는 모습이 귀여운 거지. 야나기, 너도 노래 좋아하냐?”


재하도 공감한다는 듯 미소를 짓더니 리모컨을 집었다.


“그럼. 한국 노래도 있다면, 귀에 박히도록 실컷 불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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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치랑 유카코의 딸이지만 스탠드 유저는 아닙니다. 어떻게 개 이름이 아에이오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