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오늘도 똥글을 적읍디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감사 ^ㅠ^

2화로 결말까지 지을까 싶은디 어찌 생각하실까용?






걸레여도 너를 사랑하고 싶다 (1)






"좋아해."


"…갑자기?"


뜨거운 불장난으로 인한 방의 열기가 아직 가라 앉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세희의 위에 올라 탄 재우가 대뜸 사랑 고백을 했다.


"진심이야... 좋아해."


그러나 재우의 진지한 표정과 달리 세희가 그저 웃음만 지어 보인다.



"푸핫!! 장난하는 거지? 지금?"


"아니야."


재우가 이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었나. 

그런 기분이 드는 세희가 우선 재우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왜? 뭐 때문에 내가 좋은건데?"


진지하게 받아 치는 것에 재우가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그저 얼굴만 붉어질 뿐, 제대로 된 대답을 말할 용기는 없다.


"그냥..."


망설이는 재우의 모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세희가 답한다.


"그냥? 그게 좋아하는 이유야?"


세희가 재우의 품에서 조용히 빠져나간다.


"우리 진지해지지 말자. 어차피 너도 그냥 나랑 즐기는 사이잖아."


"그건...!"


"왜? 나랑  몇 번 자고나니까 마음이 설레? 이래서 떡정이 무섭다고 하는건가?"


"그런 것 아니야...!"


재우가 꽉 진 주먹을 무릎 위에 포갠채 절절한 목소리를 내자,세희가 한숨을 쉬며 옆에 앉아 주었다.


"그럼 뭔데? 나랑 사귀고 싶어?"


"… …"


"뭐야. 도대체 원하는 게 뭔데."


답답해 하는 세희에게 잠시 고민하던 재우가 그녀의 손을 잡는다.


"응. 사귀고 싶어."


하지만 세희의 눈빛이 서리를 맞은 듯 얼어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차분한 눈동자에 재우도 그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재우야."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자책과 고뇌에 빠져 있던 재우에게 나름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날 그렇게 생각해주는 건 고마운데, 이런 것부터 한 사이가 갑자기 사귀자 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역시 그렇겠지...?"


"재우 너가 제일 잘해.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것도 제일 크고."


"… …"


어설픈 칭찬이지만 그래도 재우의 마음 속엔 깊이 남는다. 

눈 앞에 보이는 세희의 미소. 

사실 너의 밝고 상냥한 모습에, 내게 먼저 다가와 웃어 주었던 순간부터 반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재우.



"난 너랑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만약 사귄다면... 당연히 이런 관계도 계속...!"


말을 하던 재우에게 세희가 크게 웃음을 짓더니, 발을 동동 구른다.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되게 감성파구나? 좋아 그럼. 사귄다고 치자. 근데... 너 감당할 수 있겠어?"


분명 밝은 표정이지만 말의 무게는 더할 나위 없이 묵직하다.

그녀가 말하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재우이기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다.


"재우 넌 내가 처음이라고 했지?  뭐...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난 아니야."


"셀 수 없이 많은 남자랑 했고, 할 거야. 오늘 저녁에도 너 말고 다른 남자랑도 아마 잘 것 같아."


세희가 재우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말을 잇는다.


"이런 나를 감당할 수 있어? 이런 부분까지 이해하고 나랑 사귈수 있어?"


재우가 가장 우려했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먼저 나온다.

분명 자신의 마음 속으로는 사랑한다 느끼며 옆에 있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는 세희이다.



하지만 세희의 말처럼 과연 남자로서 자신이 그녀의 그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전부 신경 쓰지 않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을까...

이에 재우의 가슴 안에 커다란 의문점이 찍힌다.



성급하게 한 고백에 진지하게 대답을 해줬단 사실만으로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부끄러움이 한 없이 몰려드는 재우가 해야 할 말이 뭔지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던 세희가 재우의 눈을 깊이 바라본다.



"진심이구나?"



언제봐도 아리따운 얼굴과 깊은 그녀의 눈.

정말 순수할 것이라 생각했던 외모와 다르게 가벼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세희.

그런 여자에게 반해 버렸다는 사실에 처음엔 자신을 책망하고 의심하던 재우였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수록 마음은 더욱 짙어져 갔다.



"괜찮아, 재우야. 이런 일 한 두번도 아닌 걸?"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는 재우의 옆에서 세희가 기지개를 켠다.

그러더니 약간 비수가 될 법한 말을 꺼낸다.


"재우 너는 아닌 줄 알았는데... 순진할 거라 생각한게 착각이었네. 그냥 너도 독점하고 싶은 거지?"


뜻 밖의 말에 재우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세희의 굳은 표정이 바뀔 틈은 보이지 않는다.


"아... 아니! 그런 이유가 아니라...!"


"이래선 우리 관계도 힘들겠다. 난 그냥 깔끔하게 서로 몸만 원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런 식이면 어차피 나한테 집착만 하게 될 거야."



너무나 강렬하게 가슴에 꽂히는 것에 재우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왠지 모르게 서러워지는 마음 때문인지 영문을 알 수 없는 기분이 재우를 감싼다.



"너라고 뭐 다를게 있겠어. 다 똑같은 남자인걸. 난 항상 이런 때에 정말 아쉬워."



냉정하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재우가 연하디 연했던 둘의 관계가 종지부를 찍을 것 처럼 느낀다.

남들이 말하는 청춘의 불타오름으로 끝나는 것이 그토록 싫은 것일까. 

재우가 마음 속에 차오르는 슬픔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그녀에게 답한다.



"하하하!! 사실 그냥 해본 말이야. 순간 감정이 확 올라서... 민망하네 참."


그러자 세희가 옅은 미소를 짓는다.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탓에 재우의 마음이 심란해진다.


"… 역시 그렇지?"


하지만 금세 평소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세희.

그 모습에 약간 마음이 놓인 재우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그녀를 대하는 척 한다.


"배 안고파? 뭐 먹고 한번 더. 콜?"

"그래, 그러자."




언제나처럼 함께 장난을 치며 음식을 비웠다.

이후 당연하단듯이 서로의 가운을 벗기고, 진한 향기를 남겨주려 한다.



그러나 그녀를 안을수록 깊어지는 재우의 마음.

아래에 보이는 아리따운 숨결이, 재우를 애타게 부르며 손을 내미는 것이, 

셀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심을 요동치게 하는 그녀의 세세한 부분들까지 전부.

살결이 부딪힐 때마다 재우의 눈과 깊은 마음 속에 세희가 짙게 남을 뿐이다.






"재우야, 그럼 또 보자. 언제든지 연락해."

"잘가! 내가 정리하고 갈게."




평소처럼 인사하는 둘.

이젠 텅 빈 모텔 안이 익숙한 듯 침대에 드러누운 재우가 눈을 감고 세희를 떠올린다.



"그냥... 포기 해야겠지."




- - - - - -




매일 같이 서로의 몸을 데워준다.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정립되어지지도, 더 가까워지지도 않는 관계.

몸에 느껴지는 쾌락과 달리 재우의 마음은 이유를 모르게 점점 더 쓸쓸해진다.



그녀의 입술이 맞닿을때 사랑한다 말할 수 없는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되며, 

남들처럼 몸과 마음 전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고독한 슬픔을 가져다 준다는 것에 외로움만을 가득 안는다.




그러나 내려 놓을 수 없다. 

그녀가 원하는 자신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기에.

그렇기에 그녀에게 더 다가갈수 없다.

아니, 다가가지 않는다.



사실 그녀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일지도.

진정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아니면 그녀가 말하는 정에 불과한지 알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원했는지, 진짜 자신의 마음이 어땠었는지 점점 잊혀간다.

 사랑한다 말하고 싶었던 뜨거운 가슴이 세희의 몸이 익숙해질수록 미지근해진다.  

그저 어설픈 관계만 이어 나가며 차마 그녀를 놓지 못하는 마음에 영혼 없이 그녀와 몸을 섞어 간다.

진짜 마음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져 옅은 감정만을 남긴 채로.




- - - - -



"야! 쟤잖아. 저 걸레년."

"시발, 몸매 죽이네. 말 걸어볼까?"

"해봐. 말만 걸어도 그냥 대준다 하던데?"



재우의 선배들이 세희의 뒤에서 아무렇지 않게 기분 나쁜 농담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딱히 재우가 뭐라 할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세희가 저런 능멸까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만, 자신이 나설 일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마음에선 이상한 감정이 피어 오르지만 그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어? 얘 아니냐? 저 걸레랑 같이 다니는 애."



재우와 일면식도 없는 선배가 재우에게 어깨동무하며 말을 건다.

불쾌함을 느끼는 재우이지만 그저 사람 좋은 미소만 지어 보인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님?"

"뭐 좀 물어볼게. 너 쟤랑 친하냐?"


삿대질을 하며 가리키는 것에 재우가 겸연쩍은 눈빛으로 대충 바라본다.



"그냥 아는 친구입니다."

"개소리야, 시발. 맨날 같이 다니더만."


재우의 목을 거칠게 누르며 선배가 말을 잇는다.


"야. 너만 먹으니 좋냐? 쟤 아무한테나 대준다며? 맛은 어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표정을 숨기려 했던 재우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거친 손으로 선배의 손을 뿌리친다.

어깨를 붙잡던 선배가 힘 없이 빠져버리며 재우에게 따지듯 말한다.



"키킥, 병신. 꼴에 기둥서방이라고 걸레 감싸주는 것 보게."

"야 이 새끼야.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 먹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후배의 도리 아니야?"



계속되는 시건방진 태도에 재우가 움찔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버럭하고 화를 냈다가는 이 건방진 녀석이 사실이라고 믿을 것이 뻔하기에, 재우가 겨우 냉정을 찾는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진짜 친구라서요. 그런 부분까지는..."

"아~ 거 새끼. 남자끼리 존나 의리 없네. 창년 아껴준다고 뭐 달라져? 그냥 말해주면 될 것을..."



재우의 마음에 알 수 없는 분노가 들끓는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를 제지하는 재우의 이성.

사실은 세희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이런 녀석도 세희는 원하지 않을까. 

숱한 남자와 몸을 섞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그녀이기에, 

자신이 지금 하는 행동이 오히려 그녀가 원하는 일을 제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버린다.

그냥 선배의 말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맞나 싶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것에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어떤 표정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때, 재우의 옆에서 사라진 선배가 금세 세희의 옆에 선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에게 해괴망측한 얼굴을 지으며 입을 여는 선배.

그 모습에 재우의 시선이 꽂혀 버린다.



"야! 너가 그렇게 걸레라며?"











그 말은 들은 직후의 재우의 기억은 희미하다.

그저 주먹이 아려오며 따끔거리는 감각과 피떡이 되어가는 선배의 모습만 어렴풋이 보일 뿐.

주변에서 겨우 말린 탓에 선배를 향한 재우의 주먹질이 겨우 멈추게 되었다.



어줍짢게 정신을 차렸을때 재우에게 세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으악을 지르며 주먹을 계속 후려 갈겼기에 세희가 옆에서 보았는지, 아니면 그냥 지났쳤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엉망진창이 된 선배놈의 얼굴을 보아도 재우의 마음이 전혀 후련하지 않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채로 사람들에게 이끌려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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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학을 맞게 된 재우가 밖으로 나오자 비가 하염 없이 내리고 있다.

무슨 이유로 폭력 사건을 일으켰냐 반복해서 묻는 것에 어떤 대답도하지 않았다.

그런 태도가 교직원들의 맘에 들지 않았는지, 가장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 재우.

다행히 맞은 선배가 찔려하는 덕에 일이 더 커지지는 않게 되었다.




비가 주르륵 내리며 담벼락에 조금씩 물이 고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재우가 금방 발걸음을 떼어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재우의 머리에 빗방울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자, 자신에게 우산을 씌우고 있는 세희가 보인다.

세희가 재우와 눈을 마주하자 걸음을 멈춰 세우고 입을 떼었다.



"왜 그랬어?"


"… …"


자신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며 묻는 세희의 표정에 재우의 마음이 굳는다.

괜찮냐 물어 볼 것을 무의식에서라도 기대했는지.

그러나 진심으로 책망하는 것 같은 눈빛에 재우가 그저 고개를 돌린다.



"왜 그랬냐고 묻잖아."



재우가 침묵을 유지하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세희가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낸다.



"병신 같애. 너가 그러면 내가 고맙다 해야 할까?"



"미안해. 됐지?"



툭하고 내뱉는 재우에게 세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키가 한참 작은데도 재우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탓에 어깨 위로 비를 내리 맞는 세희.



"그러니까 그런 짓을 왜 벌이냐고. 정학 받았다며? 누가 해달래?"



자신을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옴에 재우가 짜증 섞인 표정을 짓는다.


"미안하다고. 내 생각이 짧았네."


"재우야. 우리 그런 관계 아니잖아. 나한테 어차피 일상이야. 그런데 네가 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서."


처음 듣는 재우의 조용한 목소리.

항상 웃어주기만 하던 재우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에 왠지 모르게 세희의 마음이 아려온다.



"내 일이야! 내가 판단할 일이고. 왜 네가 그렇게 나서서 사람 더 곤란하게 만들어?"


"그딴 소리 듣는 게 좋아?"


"…뭐?"


"그렇게 막말하고 좆 같은 소리를 듣는데도 아무렇지 않냐고."


"그러니까...!"


"걸레라고!!!"


재우가 소리치며 말하는 것에 세희가 깜짝 놀란다.

하지만 그런 모습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재우가 거칠게 소리를 지른다.



"걸레라고 말하는 데 아무렇지가 않아?! 그런 걸 그냥 지켜만 보는게 너한테는 상식이야?"


"그러니까 내 일이라고 말하잖아. 왜 네가 멋대로 끼어 들어서 일을 크게 만드냐고? 그럼 인정하는 것 밖에 더 돼?"


"인정? 하...!"


"도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여서 나서는건데. 네가 그렇게 까지 행동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뭔데? 정학이나 먹고 손해보는 것 밖에 뭐가 더 있어?!"


"말 잘했네. 인정, 너가 스스로를 걸레라고 인정하는데, 내가 나선게 잘못이지. 그렇지?"


"…그런 말이 아니잖아."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든 말든, 뭔 짓을 하고 다니든 내가 신경 쓸 자격이 있어? 뭐라 할 입장이 되냐고?"




세희가 굳은 표정 그대로 딱히 답을 하지 않는다.

비가 더욱 거세게 내려오지만, 재우가 세희가 씌운 우산을 벗어나며 머리를 흠뻑 적신다.



"내가 제일 잘 알아!!!  안다고!!! 그래서 미안하다고!!! 내가 멋대로 나서서, 네가 남자 만날 기회 걷어차서!! 그래서 미안한 거야."


"…그게 네가 나한테 미안한 이유야?"


"뭐. 더 뭘 원하는데."


"어차피 나한테는 일상이라고. 네 말대로...!"



세희가 말을 멈추고 허공을 한번 바라보더니, 뒤돌아 손으로 눈시울을 닦는다.


"맞아. 정확해 정말...! 남자 만날 기회였는데 못 잡아서 안타까워 죽겠어. 그래!! 나 걸레야. 네 말대로 걸레인데 왜 네가 나서냐고."

"누가 재우 너 보고 걱정해달라 했어? 왜 더 다가오려 하냐고. 그냥 나는 나고, 너는 너잖아."



서로를 마주 보는 눈빛이 서로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관계가 걸림돌이 된다 느끼지만, 그 관계를 깨자 말할 입장도, 용기도 없는 둘.

그렇게 아슬아슬하던 서로의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한참 동안 이어지는 침묵.

알 수 없는 눈으로 서로를 묵묵히 담던 도중, 재우가 먼저 말을 꺼낸다.



"그렇지. 잊고 있었네. 나는 나고, 너는 너." 



짧은 말이지만 서로의 마음에 비가 내리듯 깊은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누구 하나 먼저 손을 뻗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몸의 거리가 떨어져 버린다.



매일 같이 살결을 붙이고 서로의 몸을 따스하게 해주던 것과 다른 비일상.

그런 익숙하지 않은 것이 다가오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지만 그저 멀어진다.



우러나오는 진심을 말하지 못하는 관계임을 너무나도 잘 아는 서로이기에,

그게 맞다 생각하며 이별이라 부를 수 없는 이별을 자연스레 서로에게 건넨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를 떠나지만,

 마음속의 웅덩이가 꽉 차버렸는지 둘 모두 하염없이 차오르는 빗방울을 뺨 아래로 흘려 보낸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