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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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시즈카는 아직도 꿈 속에 있었다. 침대 밖으로 내민 손을 무언가 핥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시즈카는 잠결에 미소를 지었다.


“유키~ 마음은 알겠지만 자는 중에는 그러지 마~ 손은 핥아도 되지만 그 다음은 무리라고… 유키~”


손을 핥는 혀 놀림이 멈추지 않자, 시즈카는 몸을 돌려 반대쪽 손도 뻗었다.


“참~ 유키는 못 말린다니깐~ 손도 좋지만 좀 더 껴안아 달라고…”


시즈카의 손이 닿는 그때, 그녀는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어? 털가죽…?’


시즈카는 눈을 떴다. 침대 밖으로 뻗은 손을 코이치의 개, 아에이오우가 핥고 있었다. 시즈카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아에이오우를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으며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였구나… 난 또, 유키가 갑자기 달아올라서 온 줄 알았잖아. 하긴, 개도 핥을 줄은 알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시즈카는 문 밖에 죠스케와 코이치, 유키카게와 재하가 모여 앉아 그쪽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침묵이 쭉 이어지는 동안 유키카게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코이치와 죠스케는 황당함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유키카게를 노려보았으며, 재하는 정말 역겹다는 표정으로 유키카게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즈카는 얼떨떨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다 이내 창 밖으로 몸을 던지더니 비명과 함께 저 멀리 달아났다.


두 시간 후, 죠스케와 코이치는 방에 두 사람만 불러 앉혔다. 죠스케가 말했다.


“음… 그러니까 말이야. 너희 둘은 이미 ‘성인’이고 하니 우리가 크게 할 말은 없어. 너희 ‘관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도 좀 그렇고 말이야. 그래도…”


코이치가 대신 말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처신 잘 해야 해. ‘혈기’에 불타다가 사고치지 말고.”


둘은 고개를 푹 숙였다.


“네…”


“가 봐.”


두 사람이 나가자, 죠스케는 한숨을 쉬었다. 묘하게 걱정이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대충 짐작은 했었는데, 저걸 직접 보니 쇼킹하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유키카게 녀석도 ‘그 자’와 똑같이 손을…”


죠스케는 자기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렸다.


“유키가 있는 곳에선 말하지 마. 그 녀석은 아무것도 몰라. 딱히 ‘연좌제’를 신봉한다거나 ‘악의 핏줄’ 같은 걸 믿는 건 아니지만… 유키는 너무나도 닮았어. ‘외모’며 ‘스탠드’며, ‘성애’까지… ‘그 자’보다는 일반적이지만… 두려워.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모르게 유키를 볼 때마다 불안하고, 또 두렵기도 해. 만약 유키가 ‘진실’을 알았을 때, 나는 여태까지 진실을 숨긴 것에 대해 녀석을 설득할 수 있을 까? 백만에 하나라도… 유키가 ‘그 자’처럼 변해버렸을 때, 난 유키를 제압할 수 있을 까? 모르겠어.”


코이치는 그런 죠스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걱정하지 마, 유키카게는 ‘그 자’와 달라. 분명히… 그 녀석의 앞에는 밝은 미래만 보이니까. 그러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시즈카랑 속도위반하는 것뿐일 걸?”


그제야 죠스케의 표정도 풀어졌다.


“너랑 유카코처럼 말이지?”


코이치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킥킥 웃었다.


“나랑 유카코는 이미 10년 가까이 사귀고 있었잖아. 결혼이 자꾸 미뤄지니까 아기부터 갖자고 이야기가 나온 거고.”


죠스케도 일부러 꺼냈다는 듯 따라서 웃었다.


“나도 장인어른한테 들켰을 땐 진짜… 네 아버지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코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옛날 이야기는 이제 접어두자. 휴가는 아직도 며칠 더 남았다고?”


죠스케도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이제 다시 놀자고!”


우리의 여름휴가는 그렇게 이어졌다. 그리고… 분명 빅 브라더도 똑 같이…


모리오시, 테라다 미키의 사무실. 미키는 창가에 서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도시의 거리는 부산하지만 생기가 넘쳤다. 반대로 그녀의 사무실은 빛이 들고 있음에도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오래지 않아 그때 그 노인이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노인의 눈에 들어온 미키는 분명 밝은 창가에 있었음에도 마치 극도의 어둠 속에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긴 채 몸을 반만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키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건’은… ‘정점’으로 끌어 올리게 해 줄 물건은 찾으셨습니까?”


노인은 힘이 부친다는 듯 소파에 앉았다.


“네, 며칠 뒤면 손에 넣으실 수 있을 겁니다. 겸사겸사 ‘그들’도 끝낼 수 있을지도요.”


미키는 다시 창 밖의 거리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교수, 당신은 ‘정점’에 선다는 것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점에 선다는 것… 그것은… 곧 인류의 가장 위에 선다는 것. 대륙의 절반을 불태운 ‘칭기즈 칸’도, 수많은 식민지를 이륙한 대영제국의 ‘조지 5세’도… 냉전기의 ‘아이젠하워’나 ‘스탈린’조차 하지 못한, 그야말로 60만 년 인류 역사를 통틀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입니다.”


“그럼 그들은 어찌하여 ‘정점’에 서지 못했을 까요?”


“그것은 그들이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약점… 다시 말해 ‘두려움’, ‘망설임’, ‘조화’… 그 모든 것들에 얽매여 있었기에 역사에 남을 순 있어도 정점에 서진 못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수… ‘그’는 어째서 정점에 서지 못했습니까?”


교수는 지팡이를 잡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분이 ‘과거’에 얽매였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악연’에 얽매여… 그것을 끊어내는 데에 ‘집착’했기에, 그렇기에 그분은 그것에 얽매여 결국 실패하셨습니다. 하지만 테라다 미키님,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럴 분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분의 원수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당신에겐 얽매일 ‘과거’조차 없지요. 그 여자를 제외한다면…”


미키는 오른손가락으로 이마를 가볍게 짚더니 눈을 흘겨 교수를 바라보다 왼손으로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최대한 빨리… ‘그것’을 가져오세요. 때가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 ‘피’를 타고… 제가 정점에 오를 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네, 테라다 미키 님. 저 보우 겐키, 그것에 따르겠습니다.”


보우 교수가 나가자 미키는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구름이 껴서 빛이 방 안에 전혀 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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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바꾸면서 이전과 달리 죠죠 그림체 적용이 어려워 부딕이하게 일반 그림체로 삽화를 넣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적절히 죠죠 필터로 걸러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죠죠스럽게 뽑으려고 노력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