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은 어린 아이들이 살아가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다.

외곽에 흔히 보이는 괴물들이 그 이유다.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악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은...



이 곳은 외곽의 어딘가.

외곽이라고 전부 인외마경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많다.

그리고 나는 그런 외곽의 건축가다. 

죽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나는 집을 짓고 벽을 세워야만 한다.


오늘은 벽을 보강해야 한다.

어젯밤, 외곽의 괴물들이 날뛰는 바람에 벽의 일부분이 무너지고 말았다.

재빨리 완공하지 않으면 괴물들의 침공을 막기 어려워지기에,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벽의 재료는 돌이다. 벽은 마을의 전체를 감싸야했기에 돌보다 좋은 재료는 없다.

돌을 깎고 쌓는다. 

평범하게 쌓아서는 괴물들을 막을 수 없다.

한 20척 정도의 높이에 8척 정도의 두께는 되어야지 괴물들을 안전하게 막을 수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만 일반적으로는 벽으로 진입을 막고 사냥꾼들이 마을에 침입하기 전에 해치우는 편이다.


사실 아침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낮에는 밤보다 괴물들이 약하고, 마을에는 실력 있는 사냥꾼들이 많다.

내가 벽을 다시 세우는 동안 사냥꾼들이 나를 호위하는 거다.


어쨋든 오늘 보강해야 할 부분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이 정도면 점심즈음에 끝날 듯 하다.

운반해 온 돌을 쌓을 차례다.


나는 이 마을 출신이 아니다.

그저 떠돌아다니다 이 곳에 살게 되었다.

우연이었다. 이런 오지에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발견한 것은.

모두가 힘들지만,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마을이었다.

나는 이 마을이 좋았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 마을에서 건축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 마을의 벽은 내가 설계한 첫 건물이다.

그 벽이 지금은 마을의 든든한 방패가 되었으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나는 벽을 쭉 둘러볼 때가 있다.

혹시라도 부서진 벽이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3일에 한 번은 꼭 돌아본다.

다시는 웃음을 잃기 싫기에. 벽은 더욱 견고해야만 한다.


점심 때가 다가오자 배가 허기지기 시작했고, 마침 사냥꾼들도 밥 좀 먹고 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잠시의 쉬는 시간 동안 샌드위치를 먹으며 벽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잠시 쉬는 것조차 방해하겠다는 것인지, 이빨태엽들이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빨 태엽은 특히 위험한 개체들이라 마을에 접근하게 둬선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가 적어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거다.

사냥꾼들은 먹던 걸 두고 일어나 이빨 태엽에 맞설 준바를 했고, 나도 일어나 가세하기로 했다.


이빨 태엽의 특성 상 접근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좋기에, 늘 들고 다니던 석궁으로 녀석들을 조준하기 시작했다.


한 발.

맨 앞의 이빨 태엽을 꿰뚫는다.

두 발.

한 사냥꾼의 뒤를 덮치려는 녀석을 박살 낸다.

세 발과 네 발.

내게 다가오는 두 마리에게 화살 2방을 차례차례 먹여준다.

그리고 다섯 발.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을 죽인다.

우리 쪽 사상자는 없다.


나는 점심은 뒤로 하고 다시 벽 수리를 시작했다.

그냥 빨리 끝내고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다행히 이빨 태엽의 습격 이후로 다른 일은 없었고, 나는 벽 수리를 마쳤다.

그제서야 나는 샌드위치를 마저 먹을 수 있었다.



사냥꾼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벽 위에서 저 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요한 외곽의 풍경은 꽤나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가시가 있다.

죽음이 잠복하고 있는 곳, 그것이 외곽의 실체다.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저녁을 먹으러 벽에서 내려오려던 찰나.




나를 떨리게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늑대가, 다시 나타났다.

아이들.. 아니, 내 친구들을 죽였던 그 늑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