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텅에 애뮬리는 없어.
그건 진짜야.
물론 멋 모르는 애들이 장난을 치긴 해도, 그건 사실이라고.
하지만 애들은 그걸 잘 모르나 봐.
"이봐, 내가 누군지 알아?"
문 너머로 장난꾸러기 애가 말하고 있어.
이 마을에는 장난기 많은 애들이 많아.
머리 없는 애뮬리 장난을 치러 오는 게 벌써 두번째라고.
이쯤 되면 짜증까지 날 정도랄까?
물론 그게 그렇게 싫진 않아.
오히려 그 장난이 인기를 끌다니, 기쁘기까지 한 걸?
그건 내가 만든 장난이었으니까 말이야.
"오, 이번에도 머리 없는 애뮬리가 오셨나?"
"이번에도라니! 나는 그런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진짜라고?"
하지만 약간 유치한 말투를 보면 영락없이 꼬맹이인걸.
물론 애뮬리는 장난끼 많은 성격이라지만, 그래도 저런 어린애는 아니란 말이지.
뭐, 머리 없는 애뮬리 장난의 원조격으로써, 좀 상대해주는 게 좋으려나.
"애뮬리 씨, 애뮬리 씨. 당신은 어디에서 오셨나요?"
"여기서 서쪽에 있는 웨스텅에서 왔지."
"눈도 없을 텐데, 서쪽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
"물어 물어 여기까지 왔으니 알지!"
쾅, 쾅!
문을 두들기는 소리.
뭐야, 이건 너무 무례하잖아.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냈어.
"애뮬리 씨는 무례한 사람을 싫어해."
"그게 내가 무례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지. 그리고 나를 장난으로 받아들인 너도 무례하잖냐."
하지만 나는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어.
그건 내가 처음으로 시작한 장난이라고?
뭐, 그래도 규칙에 따르면 그건 무례한 일이 맞긴 맞아.
그러니 사과해야겠지.
"믿지 않은 건 죄송해요, 애뮬리 씨."
"뭐, 사과했으니 괜찮다. 난 관대하니까 말이지. 뭐, 궁금한 건 없나?"
"그럼 애뮬리 씨, 혹시 머리는 언제 잃어버렸나요?"
"목이 잘렸던 날. 그 때 잃어버렸지."
"그러면 혹시 머리를 갖고 싶진 않으신가요?"
침묵.
조용한 정적이 흘러.
이 질문은 괜히 했나봐.
괜히 목이 아파오는 걸.
"그래서 내가 머리를 수집하고 다니지. 너무 걱정하진 마, 오늘은 네 머리를 안 가져갈테니."
"참 다행이시네요. 그러면 오늘은 누구의 머리를 달고 오셨나요?"
"그건 왜 궁금해하지?"
그냥.
애뮬리 장난을 치는 애들한테는 항상 묻고 싶었거든.
애뮬리가 누구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지, 그 애들이 알 수도 있잖아?
"뭐, 웨스텅의 불쌍한 말 머리를 달고 오셨나요?"
"아니다! 무슨 그런 말을!"
"그러면 찰스네 목장의 돼지 머리를?"
"무례하군! 네 머리가 너를 떠나갈 만 했구나, 이 대머리야!"
그래 나는 머리가 없어,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나를 대머리라고 부르진 않았는데.
"애뮬리 씨, 애뮬리 씨. 그러면 문을 열고 들어와주세요. 당신의 머리가 항상 궁금했단 말이에요."
"흥, 난 대머리가 보기 싫단 말이지. 하지만 네가 좀 더 어울려준다면 보여줄 수도 있어."
"그래요? 그러면 웨스텅에서 온 애뮬리 씨, 왜 웨스텅에서 그 마을에 애뮬리는 없다고 외치는 거에요?"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지.
왜냐하면 그 마을에는 정말로 애뮬리가 없거든.
애뮬리도, 부적 같은 거도 말이야.
"역시나 그 마을에는 애뮬리가 없죠? 부적 비슷한 것도 없잖아요?"
"무슨 소리. 그리고 너는 멍청하구나. 애뮬릿을 애뮬리로 발음하다니."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어.
그래서 빨리 사전을 찾아봤지.
그랬더니 정말로 애뮬리가 아니라, 애뮬릿이었던거야!
"오 이런, 그 마을에는 애뮬릿이 없었다고 외쳤어야 했는 데!"
"그게 무슨 소리지? 네가 내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거냐?"
"그 장난을 처음으로 만든 게 나야. 이 집에서 원래 살던 사람한테 처음으로 친 장난이었다고!"
으,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니. 진짜 믿기질 않아.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다음에는 제대로 장난을 쳐야겠어.
"흥, 나를 믿지 않다니. 직접 보여줘야 겠군."
발소리가 들려.
하지만 그건 진짜 애뮬리가 아니야, 그냥 장난 치길 좋아하는 불쌍한 어린애지.
그래서 나는 머리를 갈고 그 애를 만나러 걸음을 옮겨.
*애뮬릿: 영어로 '부적'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