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중호 근처의 어느 마을에 정갑이라고 하는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매일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팔아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했다. 그래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산에 오르곤 했는데 나무를 지고 내려올 때면 늘 경치 좋은 시중호의 못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쉬어 가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호숫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정갑은 한 가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가 서 있는 가까운 곳에서 큰 게 한 마리와 왜가리가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가리는 기다란 부리로 게의 뒷등을 꽉 물어서 하늘로 오르려고 날개를 펄럭이며 몹시 소란을 피웠다. 게는 게대로 왜가리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호숫가의 풀줄기를 꼭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싸우는 데서 가까운 곳에 어미 게의 새끼인 듯한 자그마한 게들이 모여 어미가 왜가리에게 잡혀갈까 봐 몹시 안타까워하며 물가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미 게는 왜가리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다리 힘을 잃은 채 점점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더구나 물고 있던 풀뿌리까지 들썩거리며 뽑혀 나오자 어미 게의 처지는 몹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정갑은 어미 게가 몹시 불쌍하게 느껴졌다. 비록 게라는 것이 물속에 사는 미물이지만 저도 새끼들을 키우며 잘 살고자 하는 것이지, 저런 심술궂은 놈의 밥이 되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왜가리는 남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힘만 믿고 그냥 주둥이를 휘저으며 게를 물어가려고 하였다.
왜가리의 소행이 괘씸하게 여겨진 정갑은 마침내 작대기를 뽑아들고 힘껏 던졌다. 이제 막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왜가리는 한쪽 날개를 얻어맞고 게를 땅에 떨어뜨린 채 그 자리에 쓰러져 퍼덕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하늘로 잽싸게 도망쳤다. 죽을 고비에서 가까스로 구원된 게는 한동안 그 자리에 옴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정갑이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듯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마치 무슨 감사를 표하듯 큰 눈을 연신 세웠다 눕혔다 하더니 이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 후 얼마간 세월이 흐른 뒤에도 정갑은 여전히 나무를 해서 이 호숫가를 지나다녔다. 하지만 자신이 다 죽게 된 게를 살려준 일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번도 그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정갑에게 한 가지 좋지 못한 일이 생겼다. 어느 때부터인지 뼈마디가 쑤시고 팔다리가 저리면서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정갑은 자신이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몸을 너무 혹사한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이나 자리에 누워보려고 했지만, 집안 형편이 여의치 못해 하루 이틀 참아가며 계속 나무를 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정갑은 자신이 늘 쉬던 호숫가에 이르러 더 걸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온몸에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식히느라 옷을 벗어젖히고 오늘따라 유난히 쑤셔오는 팔다리를 주무르다가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갑은 자신이 팔다리를 힘껏 저으며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는 꿈을 꾸다가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 눈을 떠보니 하늘은 아직도 새파란데 해는 벌써 산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저녁 햇살을 가득 안은 시중호는 가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수없이 반짝거리는 잔물결을 일으키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호수가 참으로 아름답구나!” 잠시 시중호의 풍경에 정신이 팔렸던 정갑은 문득 가까운 물가에서 시선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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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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