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였다
거리에 지나가는 아무나 한명을 붙잡고
골목으로 꾀어낸 후
칼로 찔러 죽였다
찌르기까지 수없이 되뇌었다
죽일까
아니
죽일거야
안돼
죽어
멈춰
수없이 충돌하는 의식 속에서 헤메이다
어느순간, 결심하게 되었다
나와 이 세상에 복수하겠노라고.
20xx년 2월 29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
다른 누군가는 "생일"이라 부르며 축복의 날로 여겼다
하지만 내겐 더없이 증오스러운 날과 같았다
그날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하게 되었으니까.
세상은 꽃밭같았다
꽃밭을 거닐던 소녀는 그 아름다운 꽃잎에 현혹되어 달려갔다
손에 닿을 듯 말 듯 허상과 같이 공중을 노니던 꽃잎이 날 꾀어냈다
돌에 걸려 넘어져도, 가지에 몸이 긁혀도
언젠가 그 꽃잎을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계속 달려나갔다
어느날, 소녀가 딛은 지면은 끝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자연재해와 같았다
미리 알 수도, 대비할 수도, 예방할 수도 없었다
자꾸만 땅으로 삼켜지는 소녀는 이윽고, 얼굴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소녀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손을 더 뻗으면 꽃잎을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번이고 허우적대며 꽃잎을 잡으려 애썼다
철퍽,철퍽, 진흙이 계속해서 옷과 피부를 더럽혔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어느날 꽃잎은 내 앞에 떨어졌다
행여 찢어질까, 진흙에 더러워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꽃잎이 손으로 변해 날 끌어올렸다
그날 잡은 그 손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손은 너무도 빛났다
나 따위가, 라고 생각할 만큼 아름다웠다
자꾸만 나를 삼키던 늪 속에서 날 구원해준 그 손을 잊지 못한다
아니,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그 손이야말로, 나를 늪에 빠뜨린 손이었으니까
소녀가 속았다는걸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 진흙투성이인 건 나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꽃잎을 잡으려 했다
소녀는 신에게 미움받고 있었다
소녀는 사람에게 미움받고 있었다
소녀는 혼자였다
몇번이고 눈앞에 떨어진 꽃잎은
몇번이고 다시 바스라졌고
몇번이고 다시 늪에 빠졌다
내가 그런 꽃잎을 혐오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끝없는 고통과 상처속에서
날 살아오게 해 준 작은 꽃잎 한 장.
나를 죽지 못하게 붙들어 놓은 그 꽃잎 한 장.
그 원망[願望]은 족쇄가 되었다
그 혐오의 방향은 나와 세상으로 돌아갔다
허황된 것을 쫒아 고통스럽게 한 내가,
그런 날 존재하게 한 세상이,
진흙을 두려워하는 용기를 가진 네가
너무도 혐오스러워 참을 수 없었다
끔찍하고도 고요한 골목
아직 온기가 남은 시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긴 시간동안 바래왔던 소망은 마침내 사라졌다
되돌릴수 없는 선택들은 종착지에 다다랐다
이젠 다 마지막이야
나도,너도,세상도
끝없는 늪으로 빠지는 거야
다함께
악으로부터 구원받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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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꿈을 펼쳐라 그것이 바로 문학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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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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