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은 떨어진다

겨울을 회상케 하는

눈을 닮은 커다란 꽃잎

발 아래로 떨어진다


꽃잎은 떨어지고 있다

추위 속 굳센 위엄 없어진

허울만 남은 사군자의 이름

소나무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꽃잎은 이제 없다

마치 나무가 살아가는 이유인 양

화려하게 입춘을 장식했던 허례

십 일도 못 가 세상에서 없어진다


떡잎은 피어난다

어느 꽃과도 닮지 않은

누구도 닮으려 하지 않은

소박하고 작은 생명의 근원


떡잎은 피어난다

하늘에 없고 땅에도 없고

바다에도 없고 강물에도 없는

대자연을 상징하는 옅은 연두색


떡잎은 자란다

머지않아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고

눈물만이 뚝뚝 흐르는 세상에서

한 그루 커다란 우산이 되어주는


떡잎이야말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