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폴더 정리하다가 중2때 썼던 시랑 소설들 발견했는데 시는 생각보다 괜찮아서 올려봄.

아마 저때쯤 '좁은 문'이라는 고전소설 읽고 영감받아서 쓴거일거임

소설은... 시기가 시기라 그런가 올리고 나면 밤새 이불킥할거 같은 처참한 내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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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돌아서야 했을까



돌아서야 했을까
되돌아갈 수 없는 외길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미 잃어버린 너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봐

위태로운 외길 위에서
첫발을 내딛었을 때
너와 맞잡았던 손의 온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해

그날은 부슬비가 내렸지
봄날의 따스한
부슬비가 내렸지
그 부슬비에 
옷이 젖어가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그 빗속에서
긴 여정을 시작했었어

하지만 그 좁디좁은 외길은
절대로 둘어서는
지나갈 수 없었기에

처음부터 위태로이 시작한
우리의 여정은
어느새 폭우가 된
부슬비가 몰아치던 날
그날을 기점으로
끝나버리고 말았어

잡았던 네 손을
놓치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추락하던 너의 모습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도록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어

비에 젖어 달라붙은 옷이
나를 무겁게 짓누르고
눈물이 빗물과 합쳐져
쉴새없이 흘렀지

그 길은
둘이서 걸어가기엔
너무도 좁았고
둘이서 걸어가기엔
너무도 길었고
둘이서 걸어가기엔
너무도 험했어

네가 떨어진 그 장소에서
네가 떨어진 아래를 바라보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너를 따라 떨어질까 생각했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이대로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 길에 들어선 것을
내 모든 선택을 후회했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이 길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러나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어

셀 수 없이 많은 시간이 흘러도
길에 들어서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고
너의 손을 놓치기 전으로도
돌아가지 못했고
너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돌아서야 했을까
부슬비가 폭우가 되기 전에
돌아서야 했을까
너와 함께하기 전에
돌아서야 했을까
이 길을 처음 발견했을 그때

아무리 후회하고
아무리 바라고
아무리 슬퍼해도
나아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러니 너의 이름을 부르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그러니 너를 그리워하는 건
이게 마지막이야

하지만 결코 너를 잊은 건 아니야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을 안고
나는 나아갈 테야

멀고 험난했던 외길의 끝에
내가 바라던 건 없었어

산처럼 쌓인 금화와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들과
영원불멸의 권력
그건 네가 되돌아오는 것에 비하면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어

지금이라도 돌아서는 게 좋을까
다시 고민에 빠진 사이
내가 걸어왔던 좁은 외길은
어느샌가 소리없이
전부 무너져 있었지

나는 그곳에 머무르는 대신
눈앞에 새로 나타난 또다른 길을
걸어가 보기로 결심했어

하지만 아직도 나는 때때로 생각에 잠겨

돌아서야 했을까
그럼 힘든 여정은 없었을 텐데
돌아서야 했을까
그럼 되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돌아서야 했을까
그럼 너를 잃지 않았을 텐데

돌아서야 했을까

나는 어쩌면
이후에도 계속 고민하겠지
그래도 나는 스스로가
올바른 답을 찾으리라 믿어
부디 어떤 결말을 맞더라도
후회만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