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벛꽃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

저 벛꽃은 어느 존재에게 안겨 있을까

저 벛꽃은 그 존재에게 무엇을 받고 있을까

저 벛꽃이 받는 사랑을 난 줄 수 있을까

저 벛꽃에 어울리는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저 벛꽃이 지는 날에도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저 벛꽃이 져도 그것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을까


저 벛꽃이 날 바라봐 줄 수 있을까

저 벛꽃을 내가 안아줄 수 있을까

저 벛꽃에게 귀중한 것을 줄 수 있을까

저 벛꽃에게 내 결핍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저 벛꽃의 초월적 존재가 되어 지켜줄 수 있을까

저 벛꽃의 석양을 같이 할 수 있을까

저 벛꽃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을까


저 벛꽃은 날 바라봐 주지 않는데

저 벛꽃은 날 냉소의 시선으로 볼 뿐인데

저 벛꽃에게 난쟁이는 안중에도 없는데

저 벛꽃은 내 결핍을 알까

저 벛꽃은 나의 존재를 알기나 할까

벛꽃에게 다가가려 하다가

꿀벌이 많아서 다가가지 못하는 난쟁이는

그저 계속 심해로 가라앉을 뿐인데

난쟁이가 가라앉는 동안

그 벛꽃은 더 대단한 존재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반면 난 저 벛꽃을 사랑하지만

점점 가라앉는 난쟁이라서 

다가가지도 못하고

익사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반시체 상태에서 계속 살아가겠지


하지만 난 저 벛꽃을 안아주고 싶다

심해로 가라앉아 할미꽃도 안을 수 없는

비참한 난쟁이가 되는 것보다

인간의 50년을 채 살지 못하고 죽어버린

하지만 끝까지 벛꽃의 생사를 함께한

그리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 달달한 적은 없었을 정도로

또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훈장이라

맥주 한 잔과 함께 그 때를 자부할 정도로

그런 벛꽃을 품은 나무가 되길 원한다만


이번 생에는 나 스스로

영양제를 놓고 물을 준다해도

이미 죽은지 오래되어서

아무것도 될 수 없으니

피폐해진 나무를 갈라

나에게 남은 일곱 개의 생 중에

가장 달콤한 생을 누리고 나머지 여섯 개 생에서

그에 대한 이자를 갚고 싶다만


나의 일곱 개의 생 중에

가장 고통스러운 삶이

지금이란 걸 알아도

가장 달콤한 삶이 무엇인지

가장 덜 달콤한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난쟁이를 죽이길 원하는

하지만 빈틈을 노리며 멀리하는

그런 자객의 비수가 꽃히길 기다리다

서서히 시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