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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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침이 다시 돌가면 안으로 들어가자, 보우 교수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돌가면을 방 너머로 대충 던져버렸다. 시즈카와 유키카게는 치명상을 입은 채 죽어가는 원음에게 다가갔다.


“스님! 조금만 참으세요!”


원음은 유키카게의 팔을 붙잡았다.


“빛…! ‘빛’을 비춰야…해…”


그 말을 끝으로 원음의 두 눈이 감겼다. 유키카게는 침통한 얼굴로 그를 추모한 다음 몸을 추스리고 있던 보우 교수를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보우 교수는 대답 대신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지팡이를 대충 걷어 찼다. 아주 평범한 발길질에 지팡이가 두동강나자, 보우 교수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그대로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시즈카는 경악했다.


“송곳니…! 말도 안 돼!”


그 순간, 보우 교수는 가공할 속도로 시즈카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즈카는 몸을 날려 피했지만, 그 돌격은 시즈카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다음 광경에 두 사람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


“What the…”


“시신을… 스님의 시신을!!”


“잡아먹고 있어!!”


보우 교수는 손가락으로 원음의 목을 찔러 피 한 방울 남김 없이 빨아들이더니 순식간에 팔 한 짝과 다리 한 짝을 먹어 치웠다. 시즈카는 공포에 질렸다.


“아니야… 교수님은… 아니, ‘저건’ 인간이 아니야!! 게다가 저 모습을 봐! 저, ‘젊어지고’ 있어! 주름살이 줄어들고! 머리카락이 색을 찾고! 분명 멀었던 왼쪽 눈에 생기가 돌아온다고!!”


두 사람이 무어라 하기도 전에 원음의 시신을 흔적도 없이 먹어치운 보우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KAAAAA… 이것이 살아있다는 건가? 이 감각, 이 느낌… 실로 완벽하다. DIO님 께서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유키카게는 이미 다이너마이트 퀸을 꺼내 놓은 상황에서 의문을 표했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DIO라고?”


보우 교수는 떠올렸다.


“20대의 난 젊고 호기심이 넘쳤으며,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의 모든 미스터리를 파헤치겠다’는 갈망으로. 그리하여 박사 논문 겸 호기심에 수천 년의 문명을 가진 이집트로 향했고, 난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 밤, 카이로의 낡은 주택가. 한 사내가 어두운 골목길에서 젊은 보우 겐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내는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또박또박한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너를 알고 있다. 나에게 와라. 그리하면 네가 갈망하는 모든 지식을… 주겠다. 응? 나에게 오거라, 보우 겐키.”


“황금빛 눈동자가 매혹적인 눈빛을 흘렸고 섹시한 입술이 모든 것을 홀려 버릴 것만 같았던 그 남자는 겉보기엔 그때의 나와 비슷한 연배로 느껴졌다. 그러나, 젊은 나는 단숨에 알아차렸다. 이 자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 당당함, 그 자신감은 절대 나와 비슷한 연배에선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얼마나 오래 살았을 까?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 어쩌면 그 이상 긴 시간을 살아왔을 지도 모르는 자였다. 그렇기에, 지식에 굶주렸던 나는 사내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1987년 어느 봄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분의 부하가 되어 세상의 모든 정보를 탐독했다. 그때까지 배일에 쌓여 있던 미스터리도, 호사가들이 이야기하던 음모론도 모두 허무할 정도로 쉽게 풀려버렸다.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극심한 허무감에 빠졌다. 나의 청춘을 불태운 이야기들이 이리도 허무할 줄이야. 그런 과정에서 그분은 나에게 한 권의 책을 보여주셨다. 그분이 직접 정리한 책. 안에는 놀랍게도, ‘천국에 가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그분은 가장 소중한 것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오로지 나만 본 것이다. 주변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도 보여줄 것이지만. 그러니 나 외에 이것을 처음 본 이는 너다. ‘만약’을 대비해 꼭 기억하도록 해라.”


“그분의 책을 본 나는 이전의 모든 허무함을 떨쳐버렸다. ‘천국’, 그것은 ‘예수’나 ‘부처’가 주장하던 천국 따위가 아니었다. 모든 인류가 각오하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천국이라는 건… 그래, 어처구니가 없었다. 믿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각오’가 있었다. 천국에 가겠다는 각오가. 그리하여, 나 역시 그 ‘천국’에 따르기로 맹세했다. 나는 그분을 따라 계획에 착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왼손이 오른손인 노파’나, ‘카우보이 복장을 한 총잡이’ 이상으로 나는 그분을 따랐고, ‘레오타드를 입은 광신도’ 정도가 더욱 열정적인 놈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분의 매력에 이끌린 여자들이 스스로 재물이 되는 것도, 그 중 한 여자가 어느 새벽 그분의 방에 걸린 거대한 화살 하나를 훔쳐 도망치는 것도… 모두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1988년 2월이었다. 그분은 나를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명령하셨지. 왜였을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1달도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분이… DIO님이 살해당하셨음을!! 나는 분노했다.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간 그들을 저주했다. 그러나… 나에겐 힘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연구했다. 그분의 뒤를 이어 ‘천국’에 가기 위해, 그분이 원하신 그 길을 따르기 위해!”


그렇게 끝없이 사료를 뒤지던 어느 날, 중년이 된 보우 겐키는 절망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알고 말았다. 세상 모든 ‘지식’을 손에 넣기에는… ‘천국’으로 향하기에는 내 ‘수명’이 너무나도 짧다는 것을. 나는 시시각각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더 천국에 가는 것에 매진했다. DIO님의 친구라는 자가 천국으로 향하려 할 때도, 나는 그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그녀와 만났지. 테라다 미키… 천국으로 향하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했다. 그녀는 내가 말한 천국에 관심을 보였지. 이제 시작이다. ‘불사’의 몸이 된 이 보우 겐키가! 그녀와 함께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 DIO님이 그토록 바라던 천국에 다다를 것이다!”


다시 현재. 시즈카와 유키카게는 괴물이 된 보우 교수와 대치하고 있었다. 시즈카가 말했다.


“두려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보우 교수에게서 풍기는 저 ‘분위기’는! 오히려 어중간하게 인간과 비슷해서 더더욱 두렵다고…!”


유키카게가 앞으로 나섰다.


“시즈카,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두려워.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 해. 교수님이… 아니, 보우 겐키가 ‘괴물’이 되었다면… 없애버려야지. ‘다이너마이트 퀸’!”


다이너마이트 퀸이 보우 교수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보우 교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주먹을 피하더니 송곳니가 난 입을 쩍 벌리며 조롱했다.


“말도 안 돼! 스탠드 유저도 아닌데 어떻게 내 ‘다이너마이트 퀸’을?!”


“볼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다… 그것이 ‘스탠드’로구나. 확실히 위험해 보여. 하지만… 그런 것을 가지고 있어 봤자 인간. 인간을 ‘초월’한 이 보우 겐키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이렇게 된다면!”


보우 겐키는 발차기로 방 중앙의 작은 기둥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자연히 그 안에 있던 시즈카의 휴대전화도 산산조각이 나며, 방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되고 말았다.


“빛이…!”


“이런, 보이지 않아!”


“나는 보인다. 마치 ‘야간투시경’을 쓴 것처럼… 네놈들이 또렷하게 보여. 이곳이 너희 둘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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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의 부하가 산 속 고라니 만큼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