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짙어질수록

검게 흐드러지는

나무의 그림자는


내 심중에 박힌

깊은 균열의 사영射影,


어린날 가슴에 묻고

수많은 계절을 거쳐

깊이 솟아오른 나무는

잎을 맺지 않은 채

겨울에만 머물렀다.


메마른 그 몸집만을 불리고

그림자는 죽음을 반증하듯

끝임없이 깊이 쪼개져


아무런 결실도 여물지 못하고

비어버린 흉곽만 갈라놓는데


그 깊이와 가지의 성김은

대지를 찢는 뿌리의 투영이라.


세월은 상처를 곪게하고

아물지 않는 틈새로 꿈은 흘러

마침내 모두 거세게 부서졌으나


황야에 기우는 줄기 사이로 

불탄 푸름과 눌어붙은 붉음은 

마음속 우짖는 지옥의 단면이니,


눈물조차 솟지 않는 조각난 땅,

어둑한 구름 아래에서 외친다.


뇌리에서 잊힌 어린날의 주여

나무의 뿌리 뽑힐 날 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