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얇은 손목과 작은 손, 새하얀 살결을 보라

저 한순간의 보드라운 환상을,

 

그 투명한 성질은 작은 들꽃을 닮아

곧 시들어버릴 듯한 아찔한 자태는 

우리의 잔혹한 본성을 유혹하고 있다.


이 끔찍한 마각으로 

저 찰나와도 같도록


자신을 찢어발겨주기를 간청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무죄라.


그 무구한 눈동자로 

우리의 사랑을 이끌어낸 

이 작은 존재의 잘못이라.


우리의 손은 거칠고 메말라 

그 연약하고 부드러운 것에 닿으면 

분명 망가질 것을 알지만서도


우리는 무죄라.


우리의 발은 크고 무거워

그 자그맣고 가느다란 것에 닿으면 

분명 바스라질 것을 알지만서도


우리는 무죄라 


그 천진한 몸짓으로 

우리의 욕망을 끄집어낸 

이 어린 것의 원죄이니라.


더럽힌 꽃잎과

짓밟힌 줄기도

아직 피지못한 씨앗까지도 


남기지 않고 모든 결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더라도


내 손에 들린 투명한 잔해는

내 실수를 증명하지만

내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순수는

내 손으로 떨어뜨림이 옳기에


영겁토록 죽어버린 향응을 추억하려

묘갈 위의 미욱한 제국을 세우리니


언덕 위의 그 아름다운 들꽃을,

그 잔해를 형대 위에 묶어 

흥취를 즐기고자 하노라.


영원이 수유와도 같도록


그 새하얀 옷자락을 즐기고자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