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은 인물인데 씹덕같은 자캐임에 주의

문체는 고상(?)하고 차분한데 일단 베이스는 씹덕캐임(뭔가 음? 싶은 묘사가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길)

오랜만에 써봤는데 묘사에 너무 공들였나 문장이 길어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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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달빛을 받은 듯 은은한 은빛으로 반짝이는 긴 머리카락.

허리께까지 닿는 은발이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잔잔하게 느껴지면서도 때때로 거칠게 물결쳐서,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눈부신 은빛의 검신을 가진 연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 다음으로 시선이 옮겨간 곳은,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돋아나 있는, 마찬가지로 은빛 털로 뒤덮인 한 쌍의 귀.

그것은 분명한 짐승의 신체였다.

스스로 신체의 일부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간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귀와 더불어, 검은색 교복 바지를 입은 다리 근처에서, 풍성한 은빛 꼬리가 살랑거리는 모습이 도드라졌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로 보이는, 왜소한 체구와 엣된 얼굴은, 나로 하여금 잠깐이나마 눈앞의 인물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망각시켰다.

그녀의 피부는 햇빛이란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너무도 핏기 없이 창백했다.

그 모습은 마치 소리 없는 죽음이 가라앉아 기다리는 듯,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위험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가느다란 은사를 섬세하게 이어붙여 만든 듯한 긴 속눈썹 아래, 졸린 듯한 눈동자가 멍하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맑은 호수와 같이 주변 풍경을 투명하게 담고 있는 연하늘색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속내가 전부 비춰 보일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연하고 투명한 빛을 띄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눈동자의 중앙에 자리한,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더욱 눈에 띄었다.

1학년을 뜻하는 파란 넥타이를 조끼 안에 집어넣은, 단정한 차림새의 교복.

다만 마이가 너무 커서 손을 다 덮고도 남을 정도로 소매가 흘러내린다는 점이 흠이었다.

아니, 아니다.

자세히 보니 마이의 치수 자체가 그렇게까지 커 보이진 않았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팔꿈치보다 조금 더 위쪽에 걸치는 위치까지 마이를 내려입고 있었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