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미묘하게 이전글들이랑 내용이 이어집니다.

안봐도 감상에 방해될 정도는 아님



*** 



미술실 복도 끝자락에 위치한 기둥 뒤, 빛이 들지 않아서 주변과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그곳에 홀로 서 있는 인영.

심해처럼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깊고도 짙은 어둠을 머금은 남색 바다에 이는 잔잔한 파문.

그녀의 한쪽 눈썹이 순간 가파르게 치켜 올라갔다가, 곧 다시 내려왔다.


"뭐야? 뭘 기분나쁘게 빤히 쳐다봐?"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내뱉은 말은 명백한 시비조였다.


"어, 어...? 아니, 그게..."


내가 당황으로 우물쭈물하자 그녀의 얼굴에 짐짓 귀찮다는 빛이 어리더니, 이내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아예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고운 비단으로 만든 검은 커튼을 펼쳐놓은 것처럼, 부드럽게 너울거리는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그러모아, 새하얀 머리끈으로 묶은 로우 트윈테일.

팔짱을 끼고 짝다리로 기둥에 기대선 불량한 자세와는 대비되는, 단정하게 정돈해 입은 교복.

...비록 마이는 어디 버리고 오기라도 한 건지, 아예 입고 있지도 않았지만.

목에 매어진 푸른색 리본이 그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하듯 미묘하게 구겨져 있었다.

응? 잠깐, 리본...?


'...그러고 보니 여학생 교복은 넥타이 대신 리본을 하고 있는 형태였지, 아마?'


이전에 만났던 푸른 넥타이를 맨 소녀(?)의 얼굴이 떠오르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야, 기분 나쁘다니까? 할 말 없으면 꺼져."


만사에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치켜든 채, 신경질적인 어투로 이쪽을 내려다보며 짓씹듯 내뱉은 한 마디.

어느새 그녀가 내 쪽을 다시 돌아보고 있었다.


"넌 이름이 뭐야?"


"......?"


그녀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뭐 이딴 놈이 다 있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미카."


내가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그녀는 못마땅하게 볼을 부풀린 채, 마지못해 대답했다.


"난 오늘 전학 온 --라고 해. 음... 잘 지내자?"


그 말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한층 더 일그러지더니, 돌연 말도 없이 홱 가 버렸다.

조용한 복도에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

벽에 줄지은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이 따뜻한 빛을 뿌리며 그녀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마치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끼얹은 듯, 빛을 받아 고요하게 반짝이는 트원테일 머리카락이, 다소 빠르고 성급한 걸음걸이에 맞춰 흔들거리며 멀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