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휴.. 아침부터 정신없네.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괜찮을려나?.. 일단 마트 가는 김에 주변 상황은 어떤지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네.'


아침의 그 소란에서 차를 타고 간신히 빠져나온 나는 여전히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무사히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라고 안도하고 있었다.


주변의 풍경은 다행히도 아까의 그 난장판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좀 한적한 거리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아. 드디어 도착했다. 사람들이 좀 많은 것 같은데?'


나는 마트 주차장에 내려서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어서 좀 혼잡한 모습이었다.


'필요한 것만 빨리 사고 나와야겠다. 시간 끌어봤자 좋을 것도 없으니까.'


마트 코너에서 사야할 것들을 집고 있는데 맨날 먹는 라면 코너가 텅 비어있는 걸 보았다. 주변에서는 허겁지겁 휴지나 라면 등을 마구 담고 있었다. 사재기라도 하는건가...


"으이야.. 아어으어아.."


모퉁이를 돌아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터덜터덜 걷는 사람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뭐야.. 아무리 봐도 이상해 보였다.


그때였다.


"으어아악!!"


이상한 말을 웅얼거리며 걷던 사람이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그 광경에 흠칫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


쾅!


냅다 달리던 사람이 그대로 마트 물류차에 들이박았다가 고꾸라졌다.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그를 본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황급히 신고를 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아이고.. 안되겠다. 이정도 샀으면 됐으니까 빨리 돌아가자.'


서둘러서 카트에 담은 물건들을 결제하고 박스에 담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급해져서 볼일부터 보기로 했다. 뭐 화장실 잠시 갔다오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용변을 보고 손을 씻으려는데 옆의 학생이 하얗게 질린 채로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혹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세요?"


"어.. 아마도 정상적인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난데없이 사람이 물류차에 들이박지 않나.."


"맞아요.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에요. 아까 학원가려 할 때 위에 상가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었다니까요? 근처로 떨어져서 너무 충격 먹어가지고 마트에서 자주 먹는 햄버거 가게나 와서 진정시킬려고 했는데 여기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학생의 말이 빨라졌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아침에 겪었던 일이랑 비슷한데..


"저도 아침에 비슷한 일을 겪었어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네요.."


"이건 정말로 말이 안 되잖아요!.. 영화에서나 나올 만한 일들이.."


"그러게요.. 요즘 흉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몸조심하세요. 저는 빨리 가봐야할 것 같아서.."


"아.. 네. 그럼 조심하세요."


공포에 질린 학생을 뒤로하고 화장실을 나섰다. 역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짧은 복도를 돌아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핸드폰을 만지니 알림이 많이 와 있었다. 그 사이에 알림이 이렇게 많이..


그 순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꺄아아악!!"


그곳에는 비명을 지른채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을 지나치며 냅다 달리고 있는 몇십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으아어 아으아악!!"


쾅! 끼익!! 쾅! 쾅! 끼익!! 쾅! 쾅!..


사람들은 인근 도로로 정신없이 달려가 그대로 질주하던 차들에 부딪치고 날아가며 난장판이 되고 있었다.


'으아.. 빨리 도망치자!'


나는 시동을 걸고 재빠르게 차를 움직였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한 아저씨가 나를 쳐다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어아아.."


소름끼치는 느낌이 들어 빨리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앞쪽에 있던 그 아저씨는 소리를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으아으어아악!!"


'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이대로면 그대로 아저씨를 들이박을 것 같았다. 벌벌 손을 떨던 나는 황급히 핸들을 돌렸다. 제발..!


끼이이이 덜컹! 부르릉-


나는 겨우 차를 살짝 돌려 아저씨를 피했다. 정말 한끝 차이였다.


'휴.. 간신히 피했네..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주차장 일대를 무사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