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

왜 갑자기 뜬금없이 이게 나오냐고? 내 6월 모의고사 성적이다.

물론 대부분 고딩들이 보면 저게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점순가? 라는 생각부터 들겠지만, 하루 5시간씩 학원을 다녀도 공부머리가 없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어릴 때 부터 유난히 공부머리가 없다던 말을 듣고 자랐고, 그렇다고 중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고등학교때 와서야 국어,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번 모의고사도 학원에서 꼴찌 예약이구만... 쌤이 이번에도 성적 안 오르면 1시간 동안 남긴댔는데...'

그나마 잘하는 건 역사 하나로, 초딩 때 부터 역덕후 기질이 있어 각종 인터넷 위키와 역사책들을 열심히 읽은 결과 한국사와 세계사 지식 만큼은 우리 반 1등인 상현이한테도 안 뒤진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거만 잘하면 뭐해? 취업도 제대로 못하는데.

"주호, 모의고사도 끝났는데 학교 끝나고 애들이랑 축구하실?"

"안돼. 나 이번 모의고사도 망해서 엄마가 집에 바로 오란다."

물론 엄마는 그런 말 한 적도 없지만, 솔직히 지금 친구들이랑 놀 기분은 아니었다.

학교가 끝나고 터덜터덜 집에 걸어서 들어오니, 엄마는 잠깐 친구 만나러 나갔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컴퓨터를 키고, 구글에 들어갔다. 

갑자기, Gmail 에서 메일이 왔다는 알림이 뜬다. 제목이 점 하나로 된 메일이었는데, 호기심이 든 나는 그걸 클릭했다.


我們邀請中華民國領導人!

"어? 이게 뭐... 아악!!!!!"

갑자기, 몸이 화면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니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으음...."

깨어나보니, 낯선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익숙한 내 집은 온데간데 없고, 뭔가 중국풍이 나는 침실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몸이 갑자기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문을 열고 나가던 나는, 마침 앞에 있던 거울의 내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얼굴에 여드름난 고딩의 모습은 어디가고, 대머리를 한 중년의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게 뭐야!!!!"

놀라 뒷걸음질 치다가 뭔가에 걸려 넘어진 나는, 눈 앞의 달력을 보고 더욱 경악했다. 

"19....37년?"

마침 쿵 소리를 들었는지, 밖에서 어떤 사람이 뛰어와 문을 열었다.

"총통 각하! 괜찮으십니까?"

그 사람은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가슴팍에는 국기가 달려있었다. 역덕후인 나한테 그 국기는 상당히 익숙했다.

'청천백일....만지홍기?'


나는, 1937년의 장제스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