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땅 위에 집을 짓지 않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에서

축대도 대들보도 없는 집에서

하찮은 흙밭이야 내려다볼 뿐.


공들여 닦아 놓은 축대 앞에서

쌍심지를 켜고 발길질을 한다.


제멋대로 쌓아 올린 두엄더미,

팍팍한 삶의 터전에 널부러져


우리는 모두 욕지거릴 하며

됫병짜리 슬픔을 들이켠다.


그래, 이까짓 천하의 대본,

쇠붙이를 내던지고 떠나는 사람들.


막막하다, 우리는 앞날이 두렵다.

동물원 짐승 보는 눈깔들이 두렵다.

괄시와 천대가, 그보다도 가슴 답답한 무관심이 두렵다!


쨍그랑, 떨어지는 푼돈 몇 닢,

아들딸에게까지 무시받는 몸.


촌구석에 박혀 땅을 파먹는,

땅강아지로 그려진 우리들의,

암담한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