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일장춘몽

한바탕의 봄 꿈

꾸다 만 꿈에 불과해


우리의 사랑은 신기루

메마른 땅 위에 더한 절망을 선사하지


돌아오는 네 계절 속에

더이상 내 자리는 없다는 걸

자각한다 각인한다 되새긴다


혀 끝에 새긴 결실의 증표는

지워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이라

유쾌하지 못한 농담이다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마저도

스산한 마음을 녹일 수 없다


겨우내 움켜쥔 믿음 한 줌

그마저도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파도 위에 모래성 쌓듯

버겁게 쌓이고 쉬이 무너져내린다


기약없는 기다림

다시 불타오를 날만을 고대하며

지친 마음을 위로한다


절실한 마음에 덧난 상처가

흉터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당신과 나 사이의 간극이

너무 멀어지기 전까지


익숙한 일이다

내겐,

넘어져 일어나는 법을 모르는 아이에게

언제나 손을 내밀어 주는 일

아주 사소한 일


부디 봄이 가기 전에

흉진 손 부끄러워 내밀기 꺼려지기 전에

잡아 주었으면

이런 나를 보고,

다시 환히 웃어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