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이른 소설. 그리고 나는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그만한 노력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부터 불쾌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뫼르소가 아랍인을 쏴 죽인 부분부터일 것이다. 초반에 뫼르소의 일상 속, 감각적인 경험을 잘 묘사한 점은 높게 쳐주고 싶지만, 그가 구속되고 재판에 서기 시작한 대목부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질 않나,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로는 주절주절 늘어놓는 독백의 호흡도 쓸데없이 너무 길어서 피곤하다.


뫼르소는 주변의 모든 일을, 심지어 자신의 재판마저도 구경꾼과 같은 무심함으로 바라본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세상의 무의미함을 일종의 신념으로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작중 내내 뫼르소에겐 대단한 욕망이라는 것도 없고, 신념이 무너지는 일도 없다. 자신의 사형마저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는 사실은 아무런 시련도 겪고 있지 않다. (아닌가?) 내가 보기엔 이런 점에서 뫼르소는 매우 비현실적인 인물상이고, 공감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일을 관찰자의 시점에서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니까. 어쩌면 뫼르소 역시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물이 세상의 무의미함에 대한 신념일 지도 모른다. 내내 감정을 보이지 않다가도 신부가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며 '너의 신념은 여자의 머리카락만 한 가치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왜 중요하다는 말인가?'라고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자신이 집착하는 신념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동한 건가? 어쨌든 웃기는 일이다. 세상에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믿음에 의미를 둔다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


확실히, 작가는 <이방인>에서 인간은 아무런 질서도 없는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걸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나에게 그 이상 아무것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아무리 세상이 무의미하다 한들, 그것이 될 대로 되라는 듯이 사는 태도, 구경꾼과 같은 무심한 태도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나는 이러한 관점이 흔한 허무주의적, 불가지론적 관점과 무엇이 다른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 따위 태도가, 꼴에, 세상에 대한 반항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어린아이의 투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