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렇지 않다는 거야."


"왜?"


"꿈은 반대니까, 그러니 당연히 내가 그렇지 않다고 하는거겠지?"


내가 항상 악몽을 꿔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면, 너는 식은 땀을 흘리는 몸을 개의치도 않고 나를 껴안고는 


"그렇지 않아요." 라고 말하곤 했다, 반말을 놓은 지도 한참 지났는데 이상하게 너는 항상 그 말만은 존댓말을 쓰곤 했다.


일종의 주문 같이, 그 말은 내 뇌리에 깊숙히 남았다. 그 말만 들으면 이상하게 모든 게 다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는 말이니까. "꿈은 반대"니까. 


오늘도 당신을 만나는 하루가 시작된다, 결혼한 지는 좀 지났어도 나는 여전히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는 어떤 병에 걸렸는지 "그렇지 않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니 나는 일부러 반대로 말했어야 했다. 널 정말로 싫어해, 같은 말을 하면 당신은 그제서야 웃으며 "그렇지 않아요." 하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그대를 붙잡고 당신 어깨에 내 얼굴을 파묻고는 당신의 체취를 느끼려 한다,  


"그렇지 않아요." 이상하게 당신은 그 말만을 반복했다. 왜 "그렇지 않아요."일까. 여전히 나는 그 뜻을 알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한다는 말이 있어도, 사랑하는 이에게 싫어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어느 날에는, 문득 참을 수가 없어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대답한다, 나의 사랑한다는 말에. "그렇지 않아요." 하고. 나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보고싶다"고 말한다. 바로 옆에 있는 당신에게 그리 말했다. 


나는 뭐가 보고 싶다는 걸까, 멀쩡했던 너가 보고싶다는 걸까. 그 말은 네게 "너가 보기 싫다"고 들리는 걸까. 


너는 "그렇지 않아요",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걸까, 왜 항상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도 마음도 전부 부정하는 걸까. 


너는 그렇지 않다는 말 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뿐인데, 나는 뭐라도 전해주는 네게 그저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것 뿐일까. 


당신이 너무 애처롭고 미안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껴안을 뿐이었다. 나의 말이 그렇지 않다면


나는 그저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해 당신을 껴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아니해도, 신기루같은 당신이 조금이라도 더 사라지기 전에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부질없어도, 그렇지 아니해도, 당신이 죽은 지 삼 년이 넘어갔어도, 그래서 그렇지 않은 꿈에서만 만날 수 있어도 


그렇지 않아도, 그러지 말아야 했어도, 마지막 유언이 "나를 잊어요" 였어도.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흐느끼는 나를 당신은 여전히 따스히 안아준다, 언제나. 그랬다. 이제야. 알았다. 

너는 나의 악몽이 된 것이 아니라, 내 악몽에 그렇지 않아요. 라고 말해주려고 찾아온 거구나. 


"그럼요, 당신은 늘 그랬으니까요." 하고 당신은 훤히 웃었다. 


작별인가. "그렇지 않아요." 다시 만날 수 없는걸까? "그렇지 않아요."


응. 그렇다면 그걸로 됐어. 나는 마지막으로 당신을 한 번 더 껴안고는, 떠나가는 그 모습을 언제까지나 기억하려고 애썼다.  


나는 깨어나서 집에 존재하는 유일한 액자에 담긴 당신을 보고서는, 언제나 예쁘네. 라고 말했다. 


당돌했던 너는 내가 그리 말할 때 마다 항상 "당연하지."

그래. 당연히 그랬겠지.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