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잠겼네.
이 도시는,
넘치도록 들어찬 것이
물인 줄도 모르는 채,
잠긴 숨구멍은 기포도 못 뿜고
있지도 않은 아가미만이
바람 탄 깃발처럼 나풀거린다.
한 곡조 읊어도 봤네.
붕 뜬 방주 위에서,
푸를 뿐이라 이따금씩 서글픈
지구의 낯빛을 바라보자면,
깊은 수심이 나와 같아
그 깊이는 분명 비등하리라.
홀로 떠올라 어디로 가나.
생각에 잠길수록,
더욱 떠오르는 나의 배.
작아지는 지구가 구슬 같지만,
그 아름다움이 무슨 답이 되어주리.
그림자 잠겨 헝클어지고,
빛도 가까울 때나 희끗하니,
난 네게서 멀어질수록
너의 손끝에 더 맞닿고나 만다.
그래, 나도 물고기로구나.
내 팔 또한 지느러미였으니,
몸부림도 휘젓음일 뿐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