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는 씨앗이 있다.
당신과 나, 우리의 속에.
언젠가 뿌리 내려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
우선은 그렇게 믿자.
곧고 우직하게 나무가 자랐다.
잎이 나고, 꽃이 핀다.
열매는 아직이다.
그 해에 막 자란 나는
열매 맺기에 적합하지 않다.
지고, 피고, 다시 지고, 또 피고.
이제는 여물 때가 되었을까.
태양이, 하늘 위의 태양이 너무 가깝다.
아, 나는 말라가고 있다.
이파리는 시들고, 뿌리는 어지럽게 솟아난다.
열매는 늘 바닥에 떨어졌다.
줍는 이도 없고, 그저 뿌리 위에서 썩어갔다.
이타적인 무언가가 되고 싶다.
제 몸을 불사르자.
나이테의 중심에 조그마한 불씨를 놓자.
이미 말라버린 몸뚱아리는 저항조차 없다.
지글거리는 것이
나인지
저 위의 것인지
이제는 상관 없다.
엉엉, 소리 내어 울어본 지가 언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