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그리고 노랗게 퍼지는 물결
고요히, 그리고 널리 퍼지는
기분 좋은 하늘빛 오후
소나무에 맺힌 한 방울
비석 위에 뚝 떨어진다
이곳에 해는 떴지마는
아직 그들의 머리 위엔
마르지 못한 물방울이 맺혀있다
성소를 찾은 듯한 황홀함에도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하늘이 공원을 비추는 데에도
비석에 남은 소나기가 뚝 떨어졌다
두 개의 작은 손으로는
크나큰 재해를 닦지 못하기에
그저 물방울을 보고 기억했다
그곳에 있던 소나기를 기억하려
태양에 취해 비를 잊지 않기 위하여.
그렇게 다신 없을 절경 돌아보며
구슬픈 새소리와 함께 발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