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년은 무슨 세월이었는가

나의 개화는 언제 올 것인가

나의 진정한 영광이 오기 전에

나의 순수한 영광은 언제 올 것인가


아니

애초에 나한테 순수한 영광이 있었나

나의 인생에서 개화가 이루어진 적이 

30초라도 있었나

나는 순수한 영광 따윈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영광을 가질 수 없게 만들어진

저주받은 존재 아닐까


저 바다 위 원앙들과 백조는 

도도하게 떠다니고

털 하나 없는 이름 없는 새는 

날지도 못하고 헤엄도 못쳐서

뭍에서 저 아름다운 새들만 바라볼 뿐

원앙들과 백조의 찬란한 영광을 바라보며 달려온

불쌍한 이름 없는 새는

눈물 없이 울 수 밖에 없었다네


진정한 영광으로 순수한 영광의 

무한한 결핍을 채우려고 해도

순수한 영광의 결핍은 

영원히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니


내가 순수한 영광을 누리지 못한다면

원앙들과 백조들은 진정한 영광을 못 누리고

죽지 못해 사는 비참한 미라가 되어

이름 없는 새의 행복이 되어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름 없는 새는 결핍의 슬픔을 삼키고

마음 속 강선을 새기고

모멸과 무시를 넘어가면서

언젠가 저 원앙들과 백조들의 털을 뽑고

그들의 가장 큰 행복이 더 생기지 않게 만들고

그리고 그들의 이데아마저 불안하게 만든다면

아니 만들 수 있다면

난 내 팔에 마음의 상처를 베끼고

내 배에 무사의 혼을 새겨야 할지라도

나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그것이 

이름 없는 새는 저들에 대한 증오를

백 번은 넘게 새겼기 때문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