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c.namu.la/20240401sac/461c644886b25f6493272c78d516e509ec2ddf0a23f71a0dfbacc4d12c439fe6.png?expires=1719795600&key=U2oAtbSj5zFs7y7hsJFURg)
나는 하루에 한 번 기억을 잊고야 만다
아주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탓에
매일 일기를 적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이 힘들다
그렇게 이십년 이상을 살아왔다
결과물이라면 방 안을 가득 채운 내 일기장들
일 주일에 한 권을 쓰는 그 노트는
어느덧 칠백칠십칠 권이다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언제 왜 그랬는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그 기록은 너무 무거워 져서
이제 나는 그 일기가 나 자신인지
일기를 쓰는 내 몸뚱이가 자신인지
통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일기를 가지고 나갈 수도 없어져서
내가 나일 수 없을 것이 두려워져서
저번 주 부터는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가 의문이다
이제 방 밖을 나가지 않는 나는
완전히 이 일기 더미에 종속되었다
그렇다면 이 일기가 나의 본체일까
이 일기가 불타면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져가는 걸까
칠백칠십칠권째의 일기는 허무한 생각
일기장 첫 출에 오늘의 표정을 그려본다
헤롱대는 소용돌이가 나의 표정이었다
이제부터 아마 매일 표정만을 그리면서 살것이다
더이상의 외출은 할수 없어졌기에
아마도 이 일기장에 묻혀갈 것 같다
오늘의 표정은 스마일.
내일의 표정은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스마일.
웃어. 웃으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