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를 벗자, 나는

언젠가 꿈꾸지 않았던 풍경

본 순간부터 이미

줄에서 벗어나 버렸던 거야


모두 눈을 가리고 빛을 향하네

그래 저긴 너무나 밝아서

한 치 앞도 모르는 이들만의 것

알고 있을까, 저들은

얼마나 밝은 곳으로 걸어가는지

내가 뒷모습 너머 후광을 본다는 걸


있지도 않은 다리는 저리고

보이지도 않는 눈은 부셔

아니, 그저 머무르기 위해 있을 뿐

일어날 때는 미지수지


그리고 빛이 꺼져갈 때에야 알았네

저 멀리를 향하는 걸음들은

느렸지만 도망이었다는 걸

뒤쫓아오던 불길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