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어둡다=검은색'이라는 공식은 한 물 간 지 오래다. 과학을 숭배하는 더ㅡ러운 물질주의자 놈들이 결국! 기어코! 우리에게서 밤을 가져가버리고 말았다. 밤은 어둡고, 어두움은 검은색의 공식을 산산조각 내버린 것이다! 더이상 밤은 어둡지 않았다. 간판의 네온사인이, 가로등의 불빛이, 건물의 전등이, 문명 사회의 산물이 밤을 어둡지 않게 만들었다. 그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고 어느새 새까맣던 밤하늘을 검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그래. 책 속에서, 시 속에서, 그림 속에서 우리가 알던 새까만 밤하늘은 이제 없다. 우리에게는 어둡지 않은 검붉은 밤하늘만이 남아서 우리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