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너무나도 즉흥적으로 독립군 단체 수장들 중 한 분을 만나볼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후회하진 않지만 딱히 잘한 일이라는 생각도 않았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는 수장에게 가서 자살 테러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모두가 나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살 테러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첫째, 가까이 가지 못했으며, 둘째, 폭파 위력이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력이라면 후자를 보완할 수 있고, 저는 누구보다 강력한 무기입니다. 저는 다음 달의 총독 부임 3주년 행사서 총독과 악수하기로 되어 있는 남자아이입니다. 저에게 이 일을 맡겨 주신다면 총독을 한 방에 끝낼 수 있습니다. 부디 절 믿어주세요."
"그렇지만 학생은 아직 젊네. 새사람이 될 수 있어."
"이 삶 자체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여기서 지금 죽더라도 아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왕 죽는 김에, 뭔가 독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완고한 의견들과 호소, 감정의 씨앗들이 오고갔지만 독립군 단체의 모두와 선생님마저 나에게 손을 들었습니다. 어떤 폭탄을 쓰고 어떤 일을 할지를 정하고, 몇 번이고 예행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 갈 동선을 생각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매일 저녁을 역사 선생님과 연습했습니다.
기숙사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밤이었습니다. 하나는 바로 옆집에 살기에 울타리를 넘어 종종 나에게로 옵니다. 그날 밤도 정원에 누워서 멍하니 잡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의 풀을 짓누르며 하나가 앉았습니다.
"카이토, 평행 세계라는 말 알아?"
"들어본 적도 없어. 그게 뭔데?"
"이 세상 어딘가에는 또 다른 우리가 몇천 개 존재한다는 거지. 그곳의 나는 학생이 아니라 인기 절정의 아이돌일 수도 있고, 의사일 수도 있는 거래. 그런 세상을 한번 보고 싶지 않아?"
"...관심도 없는데. 결국 우리가 보는 건 현실이잖아. 이 우주에 집중해야지." 하나는 한동안 그곳에 앉아 있다가 뭐야, 재미없어라며 울타리를 넘어갔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럼 우리가 독립국인 우주 또한 있을까.
줄의 저편 끝에서부터 총독이 아이와 인사를 나눕니다. 한 사람당 1분 정도만 허용된 인사 시간은 우리에게 미리 공지되었습니다. 물통에서 물을 조금 빼서 마심으로써 폭탄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제 충격이 가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 설탕 폭탄은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믿어야만 했습니다.
총독이 나에게로 왔습니다.
"안녕하신가, 젊은 친구." "안녕하십니까, 총독님. 킨다이치 카이토라고 합니다." "조선인인가?" "핏줄만 조선인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일본의 것이지요." "허허, 좋은 인재가 되게나." "네, 감사합니다. 혹시 저를 한 번만 안아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총독은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미소를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총독을 꽉 안고 온 몸으로 총독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경비원들은 당황한 채 나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자네, 왜 이러나! 당장 놓게!" "곧 아실 겁니다." 최대한 경비원들과 다른 군인들이 없는 쪽으로 총독을 끌고 간 뒤, 나는 허벅지를 때렸습니다.
"대한 독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