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평형관 5km 근방


-슥삭슥삭


일본군 5사단 포병 제 5연대 소속 이부키 세이시로 상등병조는 자신이 담당한 94식 산포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포병부대는 곧 있을 대규모 전투의 영광스러운 첫 시작을 알릴 포격을 진행할 예정이다.


솔직히 그는 많이 떨렸다. 이 대포를 쏘는 순간에도 어디서 중국군 개릴라가 튀어나올지 안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의 부대가 행군하는 과정은 상당히 녹록치 않았는데, 어제만 해도 갑자기 양쪽 언덕에서 수백의 지나군이 포 사격과 함께 몰려와 공격했고 군수물자까지 약간 훔쳐가 달아났다.


그 공격에서 그는 자신과 친했던 동기인 마츠부시 상등병조를 잃었는데, 그 덕분에 더러운 지나놈들에 대한 적개심이 한 층 강해졌다. 이 포를 쏴서, 마츠부시의 길동무로 지나군 수백명을 붙여주리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포를 발사하기로 예정된 22시가 가까워왔다. 이제 약 1분 하고도 20초 정도를 남겨놓고 있었다.


"전 포대 포탄 장전!"


그는 동료와 함께 포탄을 들어 포에 넣어서 장전했다. 어느새 22시까지 10초도 남겨놓지 않고 있었다.


"전 포대 발사!"


-콰콰쾅!!!


그가 쏜 포탄이 제대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는 제빨리 다음 포탄을 포에 장전했다. 그리고 다시 발사했다. 그가 그 작업을 반복하면서 중국군 진지로 날아가는 포탄이 늘어났다.



-쉬이이잉~~~ 쾅!


"사령관 각하! 일본군의 포격이 시작됐습니다!"


"일단 최대한 참호속에 엄폐해! 포격이 끝나면 필시 일본군이 돌격을 시도할테니 병사들을 잘 추슬러서 대비하게!"


옌시산 입장에서 대응사격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변변한 화포도 없는 현재 옌시산 군 입장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였다.


"으악! 어무이~~~ 살려주세요!!!"


"자리를 지켜! 도망치는 놈들은 모두 총살이다!"


이 일본군의 포격의 효과는 상당해, 죽거나 나자빠지는 중화민국군 병사들 외에도 도망치는 병사들도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을 말려야 할 근처의 장교들도 상당수가 포격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거나 아예 같이 도망치는 경우도 많았다.


중국군 입장에서는 10시간 같이 느껴졌던 10분간의 포격이 끝나고, 곧이어 저 멀리서 일본군의 함성이 들려왔다.


"도쯔께끼!! 마에!"


"덴노 헤이카 반자이!!!!"


일본군 제 11보병연대와 전차여단 부대들은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화민국군의 우익으로 돌격했고, 저런 오합지졸 중국군 따위는 1시간도 안되어 돌파가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그 이타가키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부대 대전차소총 발사! 침략자 일본놈들을 몰아내자!"


-타타타타탕


옌시산은 원래 중군에 배치해두었던 장제스 직할부대인 21사단의 절반가량을 우익에 몰래 배치해두었고, 이들은 장비로 보나 훈련도로 보나 사기로 보나 일본군에 꿀리지 않는 부대였다.


그로 인해 중군에만 장제스 직할부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 일본군은 그대로 약 10대 가량의 치하전차를 돌격시켰고, 매복해 있던 대전차소총병들에게 후방 장갑이 뚫려 약 3대의 전차를 상실했다.


"칙쇼! 이곳에는 대전차 무기 든 놈들이 없댔는데 갑자기 뭐야!"


1차대전때나 쓰던 탕크 게베어라도 치하의 장갑따위는 충분히 관통할 정도의 위력은 있었고, 당황한 일본군 전차병들은 우왕좌왕하다 2대의 전차를 더 잃고서 간신히 정신을 차려서 대응사격을 할 수 있었다.


"쾅!"


대전차병들을 잡는데 정신팔린 일본군 전차부대의 측면에서 중화민국군에 현재 25대 밖에 없는 빅커스 전차 중 5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원 역사에서는 20대지만 빙의한 장제스가 5대를 더 수입했음)


아무리 경전차라도 측면 장갑에다 2~3대가 집중사격하니 치하 전차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고, 결국 2대가 더 격파당했다.


양면에서 공격을 받고 있던 치하 전차들은 뒤쪽으로 후퇴했고, 21사단 병사들은 함성을 질렀다.


"전차들을 몰아냈다!!!"


물론 작금의 사태는 일본군이 우익 방향의 대전차병들의 존재를 몰라 발생한 일이었고, 비슷한 양의 치하전차를 다시 돌격시킨다면 그냥 뚫릴 가능성이 매우 컸지만, 그래도 1번 막아낸게 어디냐.


일본군 보병들이 돌격한 곳에서도 중화민국군 보병들은 의외로 선전하고 있었다. 물론 21사단 이외의 다른 사단들에서는 도망병이 속출했지만, 독일식 무기를 장비한 21사단 병사들은 거의 홀로 일본군을 상대로 분투중이었다.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왜소한 중화민국군 병사 2명을 개머리판으로 연달아 쓰러뜨리던 일본군 1명이 초근거리에서 발사된 소총탄을 맞고 절명하는가 하면, 밑에 깔린 채로 자신의 총을 두고 혈투를 벌이던 중국군 1명의 총알이 얼떨결에 발사돼 자신을 관통하고 그 위에서 총을 뺏으러 달려들던 일본군까지 관통해 동귀어진 하는 병사가 있었다.


비록 교환비는 2:1 정도로 우세하지만 피해가 점점 누적되자 이타가키 사단장은 좌익으로 돌격하려고 기다리던 나머지 보병사단들에게 돌격을 명령했고, 그나마 장제스 직계사단도 없던 좌익은 쪽도 못 쓰고 털리기 시작했다.


이때, 일본군 후방에서 중화민국군의 구원투수가 등장했다.


"전군 돌격!!! 침략자들을 쓸어버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홍군 115사단 2연대가 일본군의 후방으로 포탄을 퍼부었고, 난데없이 쏟아진 포탄에 돌격하던 일본군 보병부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아군의 지원에 환호하던 중국군 부대들에게도 날벼락이 쏟아졌다.


-쉬우우웅~~~~ 쾅!!!!


"저 미친놈들! 왜 우리한테 쏘는 거야!"


"쏘지마! 우린 아군이라고!"


이미 홍군들은 일본군과 더불어 중화민국군까지 공격하라는 지령을 받은 상태였고, 이를 까맣게 모르던 중화민국군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돌격하던 일본군도 피해를 입어 후퇴해서 망정이지, 그대로 돌격했으면 전선이 뚫렸을 터였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이타가키 사단장은 전군에게 후퇴를 명령했고, 중국군은 간신히 평형관을 지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