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도 3개월 째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라 자문
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집에서 "눈칫밥"과 성인
이라는 "굴레"로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는 책가방을 둘러메고
공원을 방황 할 뿐이다. 오늘은 언제 짓어진지도 모르는 아파
트 단지 속 공원 벤치에 앉아 하릴없이, 죄 없는 2000원 짜리
"디-스"만 뻐끔뻐끔 축내는 것이다. 이런 일과다. "나"라는.
그냥 "인간." (시각은 오후 12시를 넘은 12시 27분)
동일하다. 그저 사회 속에서 아무런 특징없이 멋없이 서 있는
아파트
있는지 없는지 조차 구별 불가능 한
아파트 무리들,
나처럼 무너질 수도 솟을 수도 없는 위치에서 그저 병-신처럼
서있기 만 하는 철근 콘크리트의 집합들.
이런 저런 상실의 연속이다.
이런 생각이 갑작스레 미치자 아파트 단지에 포위되버린
근본 없는 답답증에 고개를 쳐 들지만, 쪽빛 하늘은
어느 덧 빽빽하게, 빈틈없이, 미리
쳐 솟아 있는 아파트에 쪽빛을 뺏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