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서 언급되는 모든 국가와 단체, 인명 등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안녕하신가, 모니터 너머의 그대여..

자네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 자넨 먼 옛날의 사람이겠지.

이 늙은이가 자네보다 나이가 많을지 적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말만은 꼭 해 주고 싶었네.

‘그 날’이 이젠 30년밖에 남지 않았으니..”



“내 지금부터 곧 일어날 몇몇 일들을 예언해주리다.

멸망의 도화선, 그 끝자락은 중국 남부의 어느 한 섬이지. 혹시 ‘향항’이라 들어봤는가?

하나의 나라에 두 체제는 있을 수 없다며, 그 때의 향항은 난리도 아니었지.

2047년의 향항인들은 그 선조들이 2014년, 2019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자유를 향해 열렬한 투쟁을 벌였네.”



“전과는 달랐지. 이번마저 실패한다면 그건 향항의 완전한 몰락을 의미했으니까. 모두들 죽기살기로 낫과 망치에 맞서 싸우더군.

그 옛날, 한 세기 전 중국대륙에서 쫓겨난 이들도 향항과 함께 맞서 싸웠고,  그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향항을 밀어 주었으니 결과는 뻔했지.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102년 만에 대륙으로 복귀한 자유중국이었네.”



“물론, 완전한 수복이 이루어 진 건 아니야. 장강쯤 오니 반격이 너무 거세져 자유군도 더 이상 진격할 수 없을 지경에 다다랐지.

양쪽의 병사들은 인정사정없이 내리꽂히는 공습에 속절없이 쓰러져 가고, 그렇다고 별다른 점령 진척은 없고..

결국은 장강을 기준으로 남과 북이 분할통치하기로 했더군.

그 뒤로 중공 대표가 리.. 리첸량? 아무튼 그 놈으로 바뀌고 중공 쪽 소식은 한동안 잠잠해졌지..”



“일단 중공 쪽 일은 좀 제쳐 두고. 내가 위에서 향항을 여러 나라가 지원했다고 얘기했던가?

도와준 게 있으면 당연히 대가가 따르는 법.

자유중국은 향항과 서북, 서남 지방의 독립을 승인함과 동시에 자신들이 그토록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던 스프래틀리 군도를 연합군 측에 넘겨주었네.

그들 자신으로써는 꽤 치욕적인 조건이라더군. 물론, 3차 국공내전 동안 자유중국이 받은 어마어마한 물자에 비하면 껌값이었지만.”



“그리고 얼마 안 가 중국에서 역병이 도졌다더군. 2020년의 일과 비슷하게 말이야.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고, 이 역병은 최강대국을 둘로 나눠버렸지.

미국 말이야.”


“서부에서는 역병 대처에서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준 연방정부에 대항하여 여기 저기서 반란이 터졌고, 반군은 그 강력하다는 연방 정규군에 맞서 싸웠네.

물론 연방 정규군의 40% 가량이 서부반군에 가담한 이유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반군의 뜻대로 되었지.

‘영국 외무장관 카터릿이 그은 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반군이, 동쪽은 연방이 통치한다’

도박의 도시에서 시작된 참 도박같았던 혁명은 성공했고,  이후에도 동미국 정부는 연방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만에 대해 골머리를 앓게 되었다더군.”


“그럼에도 역병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잦아들질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참담한가..

사실은 나도 며칠 전에 그 역병에 걸렸다네. 방금도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 오는 길이지. 고로, 이 글은 유서 비슷한 개념이 되겠군.

부디 자네는 꼭 이 미친 세상에서 살아남길 바라네.”


“이 노망 난 늙은이의 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네.

내가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게 자네의 미래가 될 지 되지 않을 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게 자네의 미래가 아니었으면 하네.”



*



지난 20년간, 인류는 사상 최악의 나날들을 맛보았다. 


지구촌 각지에서 분쟁과 시위, 폭력이 끊이질 않았고, 두 강대국 간 패권 다툼은 해가 갈 수록 심화되었으며,

전 지구적인 불황이 계속되면서 세계는 피폐해져만 갔다.

저명한 사회학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며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그들 중 혹자는 ‘드디어 말세가 도래했다’라고 외쳐대었다. 


그리고 이 말은, 인구 11억이 발 붙이고 사는 이 거대한 대륙에서는 현실이 되었다.


여기는 북경 지하의 어느 어두컴컴한 땅굴. 고위 관료로 보이는 두 남자가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그 중 뒷짐을 지고 있던 사람, 중화공산공화국 국가주석 리첸량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본주의 반동들에게 영토를 반이나 빼앗기고,  화북, 동북지방을 제외하고는 다 잃고.. 이 나라 앞날이 참 걱정이야. 

나라 꼴이 말이 아니네.”

“저 악랄한 반동들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될 것인데.. 다 왔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투박한 회색빛의 철문이 열렸다 닫혔다.



두 남자가 들어선 곳은 꽤 넓었다. 여느 학교의 교실 하나쯤 되는 넓이에 컴퓨터 수십 대가 설치되어 있는, 말하자면 컴퓨터실 같은 곳이었다.

“아, 오셨습니까.”

먼저 와 있던 두 사람이 리첸량에게 경례를 올렸다.

“여기가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지을 곳인가.. 오랜만이군. 이만큼 떨리는 일은 해 본 지가 벌써 몇 년 만인지.”

“그럼,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홀로그램 보드 옆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일어섰다.

“예정대로, 인천항에서 탄두 12기를 회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회수조는 위장어선을 타고 옹진 인근 해상을 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2시간 후면 옌타이 연안에 도착합니다.”

“조선놈들이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야.”

그러던 중, 어딘가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회수조 통신 두절입니다!”


“무슨 일인가?”

“아무래도 한국에서 이 일을 알아챈 것 같습니다.”

그러자 리첸량은 책상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질렀다.

“이 망할 조선놈들이 또!”

“주석님, 고정하십시오. 건강에 해롭습니다.”

몇 초 뒤, 또 다른 보고가 올라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통제실 안의 모든 사람이 놀랄 것은 분명했다.

“주석님, 참으로 송구스러운 보고를 드려야겠습니다.”


“또 뭔가?”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폭발입니다. 장소는 황해도 옹진..”

“이런 망할! 이 조선 놈들, 끝을 보자는 거냐? 감히 소국이 대국한테 대들다니.. 끄어어억!”

20XX년 11월 24일, 그의 반 평생을 함께 한 오랜 지병이었던 고혈압 때문인지, 리첸량은 역정을 내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음을 맞이했다.

“주석님, 주석님! 괜찮으십니까?”

주석을 모시던 세 관료부터 자리에 앉아 상황을 관제하던 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튀어나와 주석에게 잘 보이기 급급했다.

모두가 쓰러진 주석에게만 관심을 보일 때, 지구 최후의 날은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삐—. 삐—. 삐——


아수라장이 된 통제실을 사이렌이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지구 최후의 날 기계의 데드맨 스위치가 작동되어 버린 것이었다.


‘드디어 말세가 도래했다.’


이 말은 얼마 안 가 지구 전체에서도 현실이 되었다.

이윽고, 본격적으로 인류의 수천년 역사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며칠 전부터 이 챈을 기웃거리다가 한번 글을 써 본 뉴비입니다.

평가와 피드백 환영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