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시발 왜 갑자기 전장에서 식당으로 넘어가게 된 거야? 시발...

와타나베는 본인의 승리를 확신한 것 같았다.

"잘 가라..."

[과몰입] 지구 최악의 사신, 코난

와타나베 교수의 과몰입 스킬이었다. 그보다도 코난이라고? 그 탐정 애니에 나오는 꼬마애?

큰일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 죽을 거다. 이렇게 된 이상 누군가 한 명이 죽을 것이었다.

"너희들이 간과한 부분이겠지만, 여기는 일본이야. 다시 말해 명탐정 코난의 홈그라운드다. 아무리 너희가 감귤포장을 잘 한다고 해도, 일본 본토에서의 코난을 이길 수 있을까?"

맞는 말이었다. 싸늘했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혔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 와타나베 교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단 말인가?

눈에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검은 쫄쫄이를 입은 사내였다.
몸에 힘이 빠졌다. 극심한 고통이 일었다. 제정신을 가누기 힘들었다. 마치 청산가리를 먹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극강의 앰생력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으나, 갱생녀와 선봉장은 힘들어보였다. 이미 선봉장은 의식이 없어진 듯 했다.

"자, 이제 너희들 중 누가 먼저 죽을까?"

이렇게 죽을 순 없었다. 이대로면 모두가 개죽음이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이 상황을 뚫고 지나갈 방법이.

그 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와타나베 교수가 코난이라는 무적으로 보이는 존재에 대해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코난이 가상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크큭, 고작 그깟 사신 하나로 와타시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아니, 무슨?!"

"[과몰입] 아오야마 고쇼"

아오야마 고쇼. 명탐정 코난 시리즈의 작가 이름이었다. 아무리 소설 속에서 날고 기는 서슬퍼런 사신 영재라고 해도 소설 밖에서는 형체가 없는 2D일 뿐이었다. 다시 말해, 작가에 과몰입한다면 코난이 무엇을 했든 캐붕을 일으켜 아무렇게나 바꿀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검은조직은 코난을 즉각 처형한다."

검은조직이 나타나 코난에게 청산가리를 먹였다. 코난은 내가 만든 활자와 그림이라는 속박에 묶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결국 코난은 검은조직에 의해 즉각 처형당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2D인권에도 과몰입했어야 하는 건데!"

와타나베 교수가 혼돈의 카오스에 휩싸여 뭉크의 절규마냥 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걸 보고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잘 들어라. 2D인권이라 해봤자 넌 내 손바닥 안이다. 그러니 그만 여기서 끝내자.

[과몰입] 해상의 신, 이순신"

이순신. 임진왜란 때 일본 해군을 한 번의 패배 없이 격파한 신화를 세운 희대의 밸붕 사기캐로, 일본에서 그 누구도 이겨본 적이 없는 비범한 인물이다. 아무리 원균을 꺼낸다 한들 이순인은 그것을 이겨내고 13척으로 133척을 격파시켰다. 감히 황국신민인 와타나베 교수가 이길 수 없는 상대란 말이었다.

"네 이놈!!!"
"사요나라."

그렇게 와타나베 교수를 해치웠다.

한숨을 쉬며 옆을 보았다. 조병찬과 박얄라가 힘들다고 데굴데굴 멍멍거리며 곶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미 눈물 콧물 다 쏟은 것 같았다.

갱생녀도 다행히 살아남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조병찬과 박얄라가 사이좋게 곶통받는 장면을 보고 또 머릿속에서 이상한 BL을 전개시켜서 버틴 모양이었다.

그런데 선봉장은...

"선봉장, 선봉장! 너 뭐야!"

선봉장이 일어나지 않았다. 거의 죽은 목숨이었다. 눈에 초점이 거의 없었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했다.

"대장님... 전 여기까진 것 같아요. 몸이 안 움직여요."

"ㅅㅂ 넌 그게 무슨 소리야!"

"대장님. 제가 지금까지 연구한 게 있어요. 앰생력을 가진 자는 죽으면 그 앰생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 제 앰생력을 넘겨줄 테니 부디 부정선거의 진실을..."

그 말을 하고 선봉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박얄라와 조병찬이 이 장면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다.

그때 내 몸에 기운이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마치 후장에 감귤을 박는 무언가 엄청 ㅈ같은 감촉이었다. 순간적으로 전립선이 강하게 자극되어 굉장히 오묘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마치 히토미의 여주인공처럼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나서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선봉장에게서 받은 이 앰생력을 어디에 쓰면 좋을 지를. 띠꺼운 동료였지만 일단 아군이 죽었으니 슬프긴 했다. 그러니 일단 기려주자.

"나한테 힘이 들어온 것 같으니, 얘 소원으로 부정선거의 진실이라도 밝혀보자."

모두가 동의했다. 나는 바로 과몰입을 외쳤다.

"[과몰입] 정의의 여신상"

확실히 더욱 큰 힘이 느껴졌다. 이제 모든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21대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X

...
어?

"아 니미 씨발"
뭐야 없잖아
아니 이 미친 놈은 그동안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뭘 믿고 있었던 거야
ㅅㅂ 괜히 힘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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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낑깡. 창문대학교 감귤포장학과 교수다. 내 학생인 김창문을 상대로 감히 대결을 신청했다가 쳐발리고 사대장에서 스리슬쩍 퇴출되었다.

이 치욕스러운 과거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매일 감귤 10000개를 포장하기로 했...

"부장님, 김낑깡 깨어났습니다."
"그래, 8년쯤 됐으면 봉인 풀릴 때 됐네. 다시 봉인시켜."

아 잠깐, 뭐? 야 잠깐만 이건 좀 아니지! 아 그렇고 여긴 또 어ㄷ...

그렇게 내 의식이 사라졌다.

"봉인 완료했습니다."
"좋아. 그렇게 해두자. 그나저나 박얄라는 언제 오는 거야? 분명 내가 대학원생 처치하라고 한 지가 얼만데."
"걔 지금 일본이 있던데요?"
"뭐? 탑은 충청도에 있는데? 대학원생 걔 탑에만 있잖아."
"그게, 뭔가 길이 잘못 샌 듯해 보이..."
"됐다. 알아서 잘 하겠지. 넌 봉인이나 제대로 보고 있어. 이래뵈도 그 교수의 앰생력으로 나오는 에너지가 태양광 발전소 단지급이야. 그걸로 전기세 얼마나 아끼고 있는데."
"네, 알겠습니다."

이곳은 감귤포장학과에 대항하는, <오렌지를먹은지얼마나오랜지협회>의 비밀기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