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소설을 시간을 때우고, 흥미를 충족하고,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읽곤 한다. 그러나 작가의 목적이 사람의 시간을 때워 주고, 흥미를 충족시켜 주고,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작가는 그 이상을 해야 한다.


그런 말이 있다. 펜은 총보다 강하다고. 이 말을 들은 더글러스 맥아더는 "펜이 총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자는 기관총의 포화를 보지 못한 자일 것이다"라고 한 바 있다. 그 말은 맞다. 펜은 총보다 약하다. 그러나 좀 더 나아가서 말을 하자면, 세상에 펜보다 강한 것은 총뿐이다.


펜이 총보다 강하다는 말은, 문헌의 힘이 무력보다 강하다는 뜻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말은 틀렸다. 백만 명의 사람들을 펜으로 계몽시킨다 해도 그냥 그 자리에 핵탄두 하나 떨구면 끝이다. 절대로 펜은 총보다 강할 수 없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듯, 그 백만 명의 사람들을 제거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


펜보다 강한 것이 총뿐이라는 것은, 적어도 펜이 노는 물에서는 무서울 게 없다는 뜻이다. 글은 절대로 단순한 문자의 나열이 아니며, 그 안에 강력한 다른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소설, 시, 수필, 극본, 이것들은 절대로 단순히 종이나 파일이 아니다. 이것들은 작가가 휘두르는 권능인 동시에,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해 뽑아드는 전쟁 병기다. 적을 제압할 수 없는 무기는 그냥 장난감일 뿐이다.


실탄이 들어 있는 K2 소총이든 삐융삐융 소리만 나는 플라스틱 파워레인져 마법총이든 총으로서 본질적으로는 동일하다. 그러나 그 두 가지의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있다. 바로 인명의 살상 능력이다. 마찬가지이다. 단 한 편의 글만으로 세상을 뒤집어엎고 부조리를 규탄하며 숨은 악행을 폭로하는 작가가 있고, 존나 야하고 사이다에 개꿀잼이기만 한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 전자는 실탄이 들어 있는 K2 소총이고 후자는 플라스틱 파워레인져 마법총이다.


플라스틱 파워레인져 마법총만 가지고 놀면서 세상에 맘에 안 드는 이들이 M16을 갖고 있다고 징징거리지 말라! K2 소총을 던져버리고 그따위 쓰레기 같은 애들 장난감만 쌓아둔 것은 그대들이다. 페미니즘이 맘에 안 든다고 하면서 야설이나 쓰고 있지 말고 페미니즘을 규탄하는 소설을 써라! 중국이 맘에 안 든다고 하면서 유튜브나 찾아보고 있지 말고 중국을 비판하는 시를 써라! 문학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하나의 전쟁 병기이고, 그걸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보유하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작가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가 보유하고 만들어내어 배포한 무기를 가지고 휘두르는 것이 바로 대중이다. 작가는 대중에게 무기를 쥐어 주고 무기를 쓸 이유를 만들어주는 존재다. 좀 쉽게 예를 들어 보자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있겠다. 그 책 한 권으로 러시아 제국이 뒤집어지고 100년에 이르는 냉전의 서막이 열렸다.


글은 무기다! 글은 살상병기이고, 총이 없는 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것을 보유하고 있는 자는 절대 그걸 장난감으로 개조해서 싼값에 팔아치우는 것에 맛을 들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