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건 너무나도 쉽다.
그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알게 됐던 때엔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첫 번째는 비하였다. 자신이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걸 선택하지 않았다.
이미 이전에 했었다가 실패했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혐오였다. 나를 미워하는 다른 사람들을 혐오하는 방법이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까 내리는 미천한 새끼들. 그러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이다.
이 또한 선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포기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중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는 도피였다. 그들을 그냥 생각하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난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나타났다.
나를 향한 욕설, 비하. 수 많은 무시와 뒷담화의 모습, 나를 보며 웃으며 떠드는 사람들.
그 하나하나의 장면들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네 번째는 포기였다. 전부 다 포기하고 무너지는 방법이다.
하루하루 슬픔에 굴레 속에 빠져 우울하고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것.
내게는 남아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나는 구원이 찾아오기 전까지, 빛이 손을 내밀어주기 전 까지
숨을 죽이고 침대 밑에서 웅크리고 있자고 생각했다.
어둠 속은 무서웠지만 사람 속은 더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침대 밑에 있었고, 있으며, 있을 것이다.

빛이 오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