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마을에 사또가 새로 취임하였는데

그 사또가 배가 고파서 주막에 들어가갖고

주모를 불러서 하는 말이,

"거 최고로 맛있는 국이 무엇이냐?"

"우리집 최고는 간언 곰탕이올시다"

"아니, 곰탕이라 하면은

천한 짐승인 곰의 살을 발라다가

그 뼈와 내장을 우려낸 국물에

살을 넣은 것이 아니더냐?"

"뭔 소리시오?

곰탕은 때깔 좋은 돼지고기를 갖다가

뽀얀 국물 우려내서 갖다 바치는 것인데"


그러니 사또가 얼굴 붉히며 하는 말이,

"그럼 다른 국은 또 없느냐?

"육개장은 어떠시우?"

"아니, 육개장이라 하면은

개고기를 송송 도려내서

땅에 나뒹굴던 고추 빻은 걸로 만든 국물에

넣고 끓인 것이 아니더냐?"

"무슨 소리시오?

육개장에 개고기가 어디 있다고 그러오?

그리고 손님께 드리는 건데 어찌 땅에 뒹굴던 재료를 그냥 쓰겠소?"


그러니 사또가 어쩔줄 몰라,

"흠흠, 내가 글공부를 하느라 그런 천것들의 말은 잘 모르니라"

그러자 주모가 하는 말이,

"우리 말은 말도 아니고 우리 글은 글도 아니오?

나리는 글공부를 헛 하셨구려."

그러자 사또가 발끈해,"이년이!" 하자

주모는 냅다 딱딱한 주걱을 들고 달려오니

사또가 놀라 줄행랑을 쳤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