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슬픈 말을 하는지, 가끔은 행복하다는 말도 해보자며


내민 손을 내치고 너가 뭔가 말했는데, 울먹여서 잘 들리지는 않았고


대충 눈물 속에서 흘러나온 말을 유추해보니까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며, 아니 우린 친구잖아.


거기서 뭐가 더 필요하냐고 했는데 하하.


"친구라고 말한 적 없다며, 너 혼자 친구라고 생각한거"라며. 너는..


그래 그건 조금 슬프네, 난 분명 우리가 조금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거든.


네가 한 말이 화에 휩쓸려서 나온 말인지,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런 건 이제 의미가 없어, 결론이 그렇게 났으면 과정은 중요치 않으니까.


결국 이번에도 나 혼자만의 착각이고 또 나는 다시 나쁜 사람이네.


미안해, 언제나 하는 사과는 진심이야. 


다만 너무 진심이 많이 쓰여서 가치가 떨어졌을 뿐이지.


그래. 내 진실된 마음은 가치가 없어, 정말 슬픈 말이지만.


슬퍼도 인정할 건 해야지,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은 아껴뒀었는데. 하하.


그거는 저쪽 창고 안에 더 깊숙히 넣어놔야겠다. 보이면 부끄럽잖아.


그리고 보이면 괴롭잖아, 서로한테 말이야.


그래 뭐. 결국 내 말로 너는 슬픈 사람이 되어버렸고 나는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네.


다시 흔한 진심 몇 번 주고 떠나갈게.

미안하다는 말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죄책감에 대한 변명이란 걸 굳이 말하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눈치가 빨랐던 너라면 알고 있었겠지, 그래서 눈물을 안 멈췄었고. 정말 비극적이네.


항상 뭐든 알지도 못하면서 선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인데, 알면서도 그래. 


하긴 안다고 무조건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이제 다시 작별이네. 또 다시 찾아온 작별이야. 


항상 음, 그랬잖아. 너가 말버릇으로 하던 거.


몸이 약해서 병원 갔을 때 마다, 주사 맞는게 너무 무섭다고.

몇 번이나 맞아봐도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고.


지금 나도 똑같아, 이별은 몇 번을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아.

바늘이 살을 뚫고 혈관에서 빼내던지 뭔가를 넣던지.


그런 건 상관없이 바늘이 들어가고 나온 자리는 지혈을 해줘야 해.


지혈제는 사과로 지혈이 끝나면 쓰레기통에 버리고..


그게 우리였네. 딱 병원같은 사이였어.


네가 슬픔이란 병을 들고 오면, 나는 위안으로 약을 주고.


이번 일은 오진이였지, 그 결과로 너는 죽어버렸고.


한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죽은 거랑 마찬가지 아닐까? 


의료과실로 면죄부를 받아도 죄책감과 슬픔은 면제가 안 되거든.


그래서 결국 무덤을 찾아가, 항상 헌화를 하고.


정말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말할 뿐이지, 지혈이 끝나지가 않네. 


피눈물이 멈추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