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다. 뭐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생긴 소나무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짖는것이다. 내 앞을 지나가는 개들을 보며 짖는법을 터득했다.

 

나는 처음에는 의식이 없었다. 약간 식물인간 상태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나는 식물이니 어느정도 적절한 표현이라고 볼수있다. 아무튼 점점 자라서 묘목이 되었을때 나는 의식을 얻었고 그후 1달동안은 머릿속으로 소수를 세며 놀았다. 한2017 까지 셌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세는데 너무 오래걸렸던것 같다. 그땐 너무 어려서 멍청했나보다.

 

어쨋든 그렇게 1달이 지난 어느날... 사람들이 와서 나를 뿌리채 뽑아갔다. 나는 저항하고자 했으나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렇게 트럭을 타고 이 공원으로 오게된 나는 도보 옆에 심어졌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곳이였기 때문에 나는 개를 끌고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수 있었다.

 

개는 내 앞에 똥을 싸기도 하고 짖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짖나 하고 이유를 생각했는데 개가 다른 나무 앞에서도 짖는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나는 그당시 중2병 같은것에 빠져서 나는 왜 존재하는가...를 생각하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는데 개가 짖어서 정신이 흐트러지자 짜증이 났었다. 하지만 보다보니 정이든다고 짖는 개를 보고 나도 짖고싶어졌다.

그후 나는 매일매일 짖는법을 연습했다. 처음에는 나아지는것이 없어서 좌절했는데 계속 하다보니 미약하게 개짖는 소리가 나서 꾸준히 연습하게 되었고 2년이 지난 지금은 비로소 짖을수 있게 되었다.

 

한번 감상해보자.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

 

잘 짖지 않는가? 나는 너무 잘 짖는것 같다. 그런데 내 근처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나무가 짖은거 맞아?"

 

"정말이야! 내가 영상도 찍었다고!"

 

"이야 대박... 나무가 짖다니! 유튜브에 올리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뭐야 이놈들은 썩 안꺼져? 짖으면 꺼지려나? 내 앞에 모여있는 꼴이 영 좋지 않다.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

 

그러자 내 앞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었다. 한 50명은 되는 사람들이 내 앞에 몰려있자 그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진다. 아아... 이것이 바로 관심이라는걸까?나는 그날부터 계속 짖기 시작했다. 내가 위치한 이 공원은 어느새 관광명소가 되었고 나는 수많은 관심들을 받을수 있었다.

 

아아... 이게 관심이란 것인가?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힘업어 리듬을 타며 짖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통이 가능한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고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생각할수 있으시면 2번 짖으시고 없다면 1번 짖으세요"

 

이건 뭐지? 2번짖든 1번짖든 생각할수 있다는것 아닌가? 나는 저놈이 빡대가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2번 짖어서 응해주었다.

 

"와!!! 저 나무는 생각할수 있어! 이건 세기의 발견이야!"

 

그후 나의 처우는 좀더 달라졌다. 연구원들은 내 앞에 모여서 나와 대화를 시도했고 나는 성실히 응해주었다. 하지만 연구원들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자 나는 밤에만 연구할것을 요구했다. 마침 사람들의 청원도 있어서 연구원들은 밤에만 나를 연구했다.

 

나는 아침에는 시민들에게 호응해주고 밤에는 연구원들의 연구에 응해주는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어느날이었다. 연구원들이 나에게 와서 말했다.

 

"당신이 짖는 원리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연구의 진행을 위해서 당신의 잎을 가져가겠습니다.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베지마 이 미친놈들아! 도와주니까 나를 베어가네!)"

 

그렇게 그날 나는 잎을 잃었다. 연구원들은 나와 대화해서 얻을것이 없었는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평소처럼 사람들에게 짖었다. 연구원들은 꽤 오랜시간 오지 않았는데 나는 연구원이 없어서 사람들과 더 많이 놀수 있었고 더 행복해졌다. 그러나 1달이 지나자 연구원들이 다시 찾아왔다. 

 

"당신 잎을 가지고 만두를 쪄먹다가 결국 모두 쪄버려서 1달동안 시말서를 썼습니다... 이제 당신의 가지로 연구하겠습니다."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미친놈들이 그걸 쪄버리냐? 베지마! 어?어? 베지 말라니깐?)"

 

연구원들은 날카로운 전기톱으로 내 가지를 베어갔고 나는 그것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연구원들은 꽤 긴시간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나는 짖는걸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짖는것은 항상 새롭고 다양한 관심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연구원들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당신의 가지를 장작으로 쓰다가 결국 모두 써버렸습니다... 1년동안 시말서를 썼는데 그동안 많이 반성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몸통을 베어가겠습니다.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야! 이 호로새끼들아! 다베어가냐? 몸통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그러나 연구원들은 매정하게 내 몸통을 베고는 가버렸다. 나는 슬펐으나 할수 있는것이 없었다. 그저 볼폼없는 그루터기만이 남아 짖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제 사람들은 내가 짖는것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가끔씩 찾아오는 관광객만이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나는 서글프게 짖었다. 2일동한 내리 짖어댔다.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

 

그러자 사람들이 찾아왔다...... 성난 전기톱과 함께... 그날은 내 재삿날이였다. 사람들은 내가 짖는것을 시끄럽다고 생각했나보다.

 

잘있어라...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