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넣으려다가 중간에 짜르면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냥 그 직전에 짤랐습니다. 그래서 쉬어가는 화 입니다. 과거사는 다음화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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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착륙해 한국에 도착했다. 다행히 화산재는 서쪽으로 오지 않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리타 공항과 하네다 공항이 모두 백두산에서 뿜어져나온 화산재로 가득 뒤덮혔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울릉도와 독도 정도밖에 피해를 보지 않은 것과 비교하자면, 도쿄를 포함한 중부 전체의 경제가 마비된 일본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공항에서 쉬면서 보라고 설치해놓은 텔레비전이는 온종일 백두산 분화에 대한 뉴스만 하고 있었다. 일본의 경제가 마비되었고, 압록강, 두만강, 쑹화강이 모두 범람했고, 북한은 로동당 청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건물들이 무너지거나 금이 갔고,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에는 천지에서 흘러져나온 물이 증발하면서 시간당 약 800mm의 폭우가 내리고 있고, 백두산 반경 수십 킬로미터 지역은 유독가스로 질식자가 나왔고....... 뉴스 몇 개만 봐도 사상 최악의 대분화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세계의 증시도 급락했다. 일본의 경제가 화산재로 인해 마비되면서 일본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그에 따라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2000선 아래로 급락하였고, 중국, 인도, 중동, 유럽, 미국도 순서대로 주가가 급락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시적으로 서킷 브레이커를 걸어놓은 상태인데, 풀리면 얼마나 떡락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세계는 이 사태를 백두산 발 경제위기라고 부르고 있다. 그 와중에 파생상품시장만 혼자서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지질학자들은 이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들의 생각은 저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의 주장에 공통점이 있었다. 한 달 전에 일어났던 다롄 지진의 영향으로 일어났으며, 백두산의 분화가 한반도의 단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는 그 뉴스들을 뒤로 하고 공항을 나와 고속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가는 길마다 결항으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있었다. 그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약해졌다.
 
노숙자들을 지나 인천에서 대전으로 가는 고속버스에 오르니, 그 안은 자리들이 텅 비어있어 한산했다. 이것도 백두산의 영향 같았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리와인더 대원들의 구글 이메일 주소가 적힌 종이를 꺼내 펼쳤다. 검정색 볼펜으로 쓰여진 글씨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