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높디높은 방둑

쥐들은 그 아래에서 살고 있었단다

그 방둑 위에서는 언제나 물이 쥐가 살고 있는 밑으로 흘러내렸어

물 안에는 쥐들이 먹을 것이 있었지

하지만 물은 쥐들의 생활터 전부에 넘쳐 있었기에

몸이 젖는 것에 불평을 하는 쥐도 있었고

혹은 젖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게 무슨 대수냐며 물 속에서 주둥이만 내밀고 사는 쥐도 있었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물의 양은 점점 많아졌고

불평을 내뱉던 쥐들는 더 많은 불평을

주둥이만 내밀며 살던 쥐들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면서도

주둥이는 계속 물 밖으로 내밀고 있었지

그러던 중 한 쥐가 생각이라는 것을 했어

왜 우리는 계속 물에 젖어서 살아야만 하는 걸까?

바닥에 얼기설기 깔려 있는 이 돌덩이들

이걸로 어떻게든 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쥐는 넓은 돌덩이들을 모아다

중앙에 탑을 쌓기 시작했어

주둥이만 내민 쥐가 비웃듯이 말했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이렇게 둥둥 떠다니면 편하다고.

생각한 쥐는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돌탑을 쌓았어

물구덩 한 중앙에서 자신의 탑을 쌓아 올리는 생각한 쥐의 모습은

이미 그곳의 모든 쥐들의 좋은 구경거리였어

혼자 고생하며 쌓아올린 돌탑의 1층이 올라가고

드디어 쥐들 몇 마리가 젖지 않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이 완성되었어

생각한 쥐는 말했어

이곳은 이제 마른 땅이 되었어

하지만 계속해서 물이 불어난다면 이곳이 젖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단다

계속해서 높은 층을 쌓아 나가야 해

언제부턴가 생겨난 생각한 쥐를 따르는 또 다른 쥐들이

생각한 쥐를 따라 돌을 모아 생각한 쥐의 탑 옆으로 다른 탑을 올리기 시작했어

물 밖으로 나온 주둥이들 중 하나가 탑을 쌓는 쥐들을 또 다시 비웃었어

, 쟤네들은 다 같이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물 안에 흘러가는 먹이를 잡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젖지 않기 위해 탑을 쌓는다니 정말 바보같아

양 옆의 곁가지로 올라가는 탑의 높이는 계속해서 높아졌고

시간이 지날 수록 높은 방둑에서 흐르는 물의 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반대편에 있던 방둑을 넘어 아래로 흘러갈 정도가 되었어

물의 흐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쥐들은 떠내려가 다시는 볼 수 없었고

살아있는 모든 쥐들은 수위보다 높은 탑 주변에서 살게 되었지

바다를 보면 알겠지만

물의 흐름은 자비심이 없단다

얼기설기 쌓은 탑은 무너져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높아지는 수위에 낮게 쌓은 탑들은 이미 그 형체가 수면 아래 가라앉았어

이제는 쥐들에게 안심할 만한 바닥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한 쥐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은 계속해서 탑을 쌓아 올리고 있단다

이제는 물 속 깊은 곳에서 빼내야 하는 바윗돌로

물 아래 가라앉고 급류에 휩쓸려간 탑의 잔해들로

방둑을 넘을 탑을 쌓기 위해서

오늘도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탑을 쌓을 바위를 올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