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개의치 않다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분명히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지만, 목적지는 내가 아닌 듯 했다. 내 뒤에 앉아 있는 카페 안의 다른 손님인지, 내 뒤로 보이는 창문 밖의 풍경인지.

 

 "....란 말야. 듣고 있어?"

 "아? ..아, 미안. 잠깐 다른 생각하느라."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엮어낼 수 있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내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추측하고 있던 것을, 그녀 역시 나의 눈동자 속에서 읽어낸 것이다.

 

 나는 멋쩍게 아직은 따듯한 홍차의 잔을 들며,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우연히도 그와 동시에 그녀 역시, 나와 같이 잔을 들며 같이 창밖을 쳐다보았다. 나는 희미하게 번져나오는 실소를 감추기 위해 잔을 좀 빠르다 싶을 정도로 입으로 가져갔다.

 

 창 밖에는 우리가 들어올 때부터 진을 치고 있던 새하얀 안개가 곰살맞게도 펼쳐져 있었다. 평소 이 도시에서 펼쳐지는, 사람의 시야을 우악스럽게 내리누르는, 마치 안경 앞을 새하얀 커튼으로 도배해 놓은 것 같은 두터운 벽같은 안개도 아닌, 그렇다고 가랑비라도 내린 밤에 보일법할 티미한 정도도 아닌, 사람을 품어주는 느낌의, 매우 적당한 연무(燃霧).

 

 잠깐 그 애매함에 도취된 듯, 우리는 이야기를 잠깐 멈추고 창 밖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희끗희끗 보이는 사람들의 대략적인 실루엣, 그리고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 그 발걸음의 끝모양새를 다시 흐리는 하얀 미농지 같은 그것.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가까이 간다고 해서 볼 수 있는것도 아니다. 아니,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게지, 사실은. 그저 이 흔들거리는 하얀 배경 속의 검은 그림자들이 일렁이는 그 풍경이 보고싶은 것일 게다.

 

 잔과 잔받침이 부딛히는 가벼운 그 소리에 다시 나의 시선은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안개에서 시선을 거두고, 내 왼쪽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는 아까와 같이 내 시선을 요구하고 있겠지.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턱을 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