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럽게도, 저희들은 당신들 같은 주요 연구진들에게 안드로이드를 만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왔습니다."
 
시즈오카 씨가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시즈오카 씨가 그 말을 한 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내 마음은 어느 한 곳으로 정해져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그것은 내가 대학원 때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연구한 부문이었다. 그것을 연구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연구에만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고, 최종적으로 논문을 하나 발표해 석사 학위를 딴 것이었다.
 
나는 군대를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대했는데, 대학원에서 하고 싶었던 연구를 중간이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힘든 군생활도 안드로이드 연구에 대한 소망으로 버텨왔다. 그런 나한테 갑자기 안드로이드 연구를 포기하라고 하니, 내가 바로 연구를 버릴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안드로이드 연구를 계속하면 40년 뒤에 세계가 위험에 빠진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과감하게 포기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린장 시에서 미야자키 씨가 안드로이드에 의해 다리가 잘리는 장면과 한혜림 씨가 절규하는 장면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더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나는 계속 안드로이드 연구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여행이 끝나면 연락하겠다는 나의 몇 없는 친구이다.
 
"여보세요?"
"어, 현수야!"
"아, 주안이구나!"
내 친구 김주안의 전화였다. 주안이는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로, 생명과학과 출신이다.
"너 석사 학위 땄다는 기념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녔잖아. 부럽네. 세계여행은 어땠어?"
"이런 일 저런 일 많았지. 나도 참 힘들었다."
맞는 말이다. 리와인더랑 만나서 안드로이드한테 죽을 뻔 했으니 말이다.
"재밌었지?"
"어, 응......"
"나한테 세계여행 이야기 좀 해주라. 아, 아니다. 지금은 통화료 나오니까 나중에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알았어. 나중에 얘기해주마. 엄청 길 수도 있으니 각오해라?"
하긴, 리와인더 대목만 해도 엄청 길테니까.
"그건 그렇고, 나 좋은 소식 있다?"
김주안이 들뜨고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뭔데?"
"나 제약회사 취직했다!"
"오, 계속 면접 떨어지더니 드디어 됐나보네. 어딘데? 삼성 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트리온!"
"오오, 축하축하. 나중에 한 턱 쏘는거다?"
"오케이, 오케이. 거기서 네가 세계여행 얘기 해주면 되겠네."
"그 김에 네 취업 얘기도 들어야지. 그리고, 지금 경제 위태로운데 짤리지나 마라."
그렇게 많은 대화가 오갔다. 국제전화의 통화요금 때문에 전화를 거의 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길게 말했다. 서로 화젯거리도 많았고 물어볼 것도 많아서 대화는 즐거웠다.
 
"아, 그리고 이제 안드로이드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할 거야?"
김주안이 수다 도중에 아무 생각도 없이 물었다. 물론 주안이에게는 단순한 궁금증일테지만, 나한테는 내 인생이 걸렸다 할 수 있는 주제였다.
나는 뭐라고 할 지 망설여졌다. 포기자하니 내 인생을 부정하는 것 같고, 포기하지 않자니 미래에 있을 기계의 반란이 떠올랐다.
"만약에 말이야... 내가 안드로이드 연구를 그만둔다고 하면 어쩔거야?"
내가 회상적인 어조에 가까운, 고민이 많은 듯한 말을 꺼냈다. 나도 내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김주안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나야 별 상관 안 할거지만. 네가 뭘 하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어, 그래. 고맙다."
"근데 왜 갑자기 목소리 톤이 진지해지고 그러냐?"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 뒤로 몇 분간 대화가 오갔다. 백두산 분화 이후 한국의 이야기가 주요 주제였다. 울릉군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했다거나 코스피가 확 떨어졌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백두산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록 리와인더 대원들이 생각났고, 내가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 지 걱정되었다.
 
주안이의 맺음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되뇌었다. 내가 안드로이드 연구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계속할 것인지에 대하여.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잠깐 멍하니 바라보다가 유튜브 앱을 켰다. 인기 동영상 1위에 리와인더의 영상이 랭킹되어 있었다. 나는 시즈오카 히카리 씨, 미야자키 츠바사 씨, 한혜림 씨, 그리고 듣기만 했던 다른 여러 리와인더 대원들이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나는 그들이 올린 영상을 주의깊게 시청하였다. 2020년 12월 26일 오후 8시 47분 의정부 5.4 지진으로 인한 롯데타워 붕괴와 한국 경제위기, 2021년 2월 4일 11시 26분 난카이 트로프로 인한 일본 경제붕괴, 2053년 7월 필리핀 관광지 마호가니 숲에서 시작된 레스턴 에볼라 바이러스 변종으로 인한 세계적인 대참사. 현재 리와인더의 구독자 수는 백만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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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지금 2부 시나리오는 완성했고 3부 시나리오는 구체적으로 짜는 단계만 남아있습니다. 적어도 3부까지 갈 건데, 아마 4부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