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또 다시 시작되었다.

갑갑해보이는 선들의 나열에 단어 몇 개를 내던지던 도중, 금이 가 산산히 조각조각나며 흩날려가는 내 앞의 무언가.

나의 머릿속엔 절망감만을 가득히 심어주고, 더러운 먼지구덩이 속으로 말려들어갔다.

 

 나는 그런 절망을 이겨내고, 싸늘한 눈으로 매정하게 칼로 그의 몸을, 살과 뼈를 깎아내었다. 

비명이나, 살려달란 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뾰족하게, 찔리면 한 번에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뾰족하게 그의 몸을 깎아냈다.

 

" ....흐음. "

 

 옆에 있는 작은 고깔들을 손에 움켜쥐고, 멧돌 속에 집어넣어 마구 으스러트린다.

으스러진 것들은 전부 아득히 먼 구멍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마감하다 연필심 부러져서 깎고 꼬깔콘 먹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