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토요일답게 북적였다. 가족들과 온 사람들, 연인과 온 사람들, 친구들과 온 사람들, 혼자 온 사람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 한 쪽에 있는 테이블에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이 보였다. 그 여자는 내 쪽을 바라보며 이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보였다. 그 여자가 바로 내가 오늘 만나기로 한 기자님이었다.
 
나는 기자님의 부름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의자에 앉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서로 첫인사를 나누자 기자님은 본격적으로 질문에 들어갔다. 그녀의 말은 또박또박했고 보통 속도보다 약간 느렸다.
"죄송합니다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리와인더에 속하신 분 맞으신 거죠?"
"네. 맞습니다."
"호오... 예상은 했지만 참 놀랍네요. 그러면 리와인더가 중국에서 구조활동을 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그리고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있는 것도 모두 사실입니다."
"그러면, 리와인더는 대체 어떤 조직입니까?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뭘 하는 조직이랍니까?"
"설명하자면 깁니다. 그래도 들으시겠습니까?"
"네. 듣도록 하죠."
 
그 뒤로 길고 긴 설명이 이어졌다. 2062년에 안드로이드들이 노보시비르스크에 모여 국가를 건설했던 것부터, 그들을 막기 위해 리와인더가 결성되었고 2067년에 타임머신을 가동해 지금의 2020년에 왔다는 이야기, 그들이 다롄 지진과 백두산 대분화를 미리 알고 구호작전을 펼쳤다는 것, 린장 시에서 안드로이드에게 죽을 뻔했던 것... 중간에 몇 개 씩 빼먹기는 했지만 별로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서 기자님께 충분한 정보를 전해드린 것 같았다.
 
기자님은 충분히 충격적인 정보를 한꺼번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반응은 의외여서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기자님의 얼굴에서 그나마 가장 놀라움이 비춰진 때는 내가 린장 시에서 습격받았던 때를 이야기했을 때였다. 나는 그 때를 회상하는 데 온 힘을 쏟아붇고 있었어서 기자님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님이 그 파트에서 특히 집중했던 것 같다.
 
장황한 설명이 끝나자 기자님은 이번에도 침착하게, 그러나 약간 걱정스럽게 말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앞으로도 수고가 많으실 것 같은데 힘내세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기자님의 걱정에 최대한 예의바르게 답했다. 기자님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명함이었다. 기자님이 내게 명함을 건네면서 말했다.
"제 명함입니다. 당신은 제가 누군지 모르시겠지만,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명함을 보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 저도 명함 드릴게요."
나도 기자님의 성의에 화답하기 위해 내 명함을 꺼내 기자님께 건니드렸다. 그녀는 명함을 받아들더니 자신의 지갑에 넣고 가방에 넣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기자님이 먼저 자리를 일어났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뭐, 그게 가능하다면요. 다음이 롯데타워라고 하셨죠? 힘들텐데 힘 내주세요."
기자님은 바로 자리를 뜨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문에 달린 종들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울려퍼졌다.
 
나는 기자님이 준 명함을 다시 살펴보았다. 오른쪽에는 QR코드가 찍혀있었고, 회사명과 이름같은 여러 정보들이 특이하게도 한자로 쓰여있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한자사전을 뒤지며 명함에 쓰여진 한자들을 해독해나가기 시작했다. 매일신문, 남채영. 대구 지역신문인 매일신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남채영 기자님.
 
 
ㅡㅡㅡㅡㅡ
1부 6화 중에서 구글 계정은 전화번호가 없어도 만들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는데 확인 결과 틀린 정보이므로 수정했습니다.